[퇴근길 여행]가족들은 뒷전? ‘아재 낚시’는 옛말…“나도 ‘도시어부’처럼”

이설 기자

입력 2018-11-09 15:57:00 수정 2018-11-09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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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과 여성들 참가가 늘면서 ‘낚시 여가시대’는 더욱 활짝 열리고 있다. 4일 경남 거제도 해안에서 지홍은 씨가 SNS에서 만난 낚시 친구들과 함께 낚은 참돔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제공 지홍은 씨
가족들은 뒤로하고 홀로 집을 나와 물고기와 씨름하는 ‘아재 낚시’는 옛말이다. 생활낚시 인구가 800만 명에 이른다. 남녀노소 누구나 따로 또 같이 낚시를 즐기는 ‘낚시여가’ 시대가 열렸다. 낚시를 소재로 한 TV프로그램도 인기다. 은둔의 취미로 여겨지던 낚시는 주 5일 근무제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힐링’ 추구 분위기 확산으로 대중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 남녀노소 모두 낚아낚아~

거제도, 군산, 태안…. 직장인 이보라 씨(34)는 주말마다 낚시 도구를 메고 전국을 누빈다. 탁 트인 바다에서 물고기와 한바탕 씨름을 벌이고 나면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

그가 낚시를 시작한 건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이 컸다. 연예인들이 고기 낚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던 중에 SNS에 조행기(釣行記)를 올리는 또래 여성과 인연이 닿았다. 그는 “여러 동작을 번갈아 하는 루어낚시를 하는데 운동량이 꽤 된다. 배 위에서 해산물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1박 2일 기준 30만 원 선의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최근 낚시인구 증가세가 가파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 생활낚시 인구는 700만~800만 명으로 최근 2, 3년 사이 껑충 뛰었다. 낚시어선 이용객 수는 1년 만에 15% 이상 증가했다.

수도 늘었지만 내용도 많이 변했다. 낚시업계에 따르면 20, 30대 젊은 세대와 여성, 그리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선 젊은 세대가 낚시로 유입됐다고 분석한다. 낚시게임과 실내 낚시카페가 인기를 끄는 등 저변이 확대됐다.

김태우 프로낚시(49)는 “과거에는 낚시꾼 하면 대부분 중년 남성 일색이었지만 요즘은 바다, 민물낚시 모두 여성 비율이 10% 이상”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 지곡낚시터의 진광두 대표(56)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체험수업을 진행하는데 올해 신청자가 많아 반을 2개로 늘렸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낚시가 화제”라고 전했다. 프로낚시란 낚시업계에 종사하면서 방송과 강습 등을 진행하는 이들을 뜻한다.

김 프로낚시는 “낚시는 혼자 해도 좋고 가족이 함께 해도 좋은 취미다. 게다가 자연 속에서 힐링을 맛보기에도 제격”이라며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들이 낚시 속에 다 있다”고 했다.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8년간 홀로 낚시터를 누비던 박광선 씨(55)는 지난해부터 아내와 함께 ‘손맛’을 즐긴다. 낚시라면 눈부터 흘기던 아내가 채널A ‘도시어부’를 본 이후 태도를 바꾸었다. 박 씨는 “아내와 낚시를 함께 하면서 대화도 늘었다”고 말했다.

SNS의 대중화도 한 요인이다. SNS에 #낚시 #낚시스타그램 #낚시캠핑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주르륵 뜬다. 낚은 물고기 인증샷과 조행 사진도 넘쳐난다. 7년째 낚시를 즐기는 직장인 지홍은 씨(36)는 “SNS에 낚시 활동 관련 사진과 글을 자주 올리는데, 이를 보고 초보자들이 자주 문의해온다. 이들과 주로 낚시를 다닌다”고 했다.

특히 #낚시하는여자 관련 게시물은 34만7000여 개에 이른다. 선상 낚시를 즐기는 한 40대 직장인은 최근 여성 낚시인구가 급증한 데 대해 “낚시는 여성도 잘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다. 선상 낚시는 30대 전후 미혼자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 여행과 결합하는 낚시 풍속도 변화

낚시 인구가 늘고 다변화하면서 문화도 변하고 있다. 낚시와 여행의 결합이 대표적이다. 진광선 프로낚시에 따르면 최근 낚시와 캠핑을 겸하는 나들이객이 늘고 있다. 캠핑족은 낚시활동을 하면서 지루함을 덜고, 낚시족은 캠핑을 겸하며 가족과 시간을 갖는다. 캠핑지를 제공하는 캠핑낚시터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에는 종합 낚시레저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고객이 늘어나면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졌다. 낚시용품 업체들은 초보자용 장비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유료 낚시터는 여성 화장실과 휴게실을 새로 만드는 등 공간 새 단장에 바쁘다. 낚싯배 위에서는 먹거리 전쟁이 벌어진다. 지홍은 씨는 “예전엔 라면주꾸미가 거의 유일한 메뉴였는데 요즘은 주꾸미찜, 철판볶음, 주꾸미삼겹살볶음, 주꾸미전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귀띔했다.

도심에선 실내낚시카페가 성업 중이다. 커다란 수조에 물고기를 가득 넣어두고 여럿이 빙 둘러서 낚시를 하는 식이다. 시간당 요금을 내고 잡은 물고기는 무게를 잰 다음 일부는 놓아주는데 무게에 따라 상품을 주기도 한다. 연인과 초등학생, 유아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

낚시 입문자가 늘면서 문화 충돌을 빚기도 한다. 10년째 플라잉낚시를 즐겨온 김석환 씨(60)는 “큰 목소리로 초보자가 떠들어서 붕어가 달아나면 고수가 낚시터 예절을 훈계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곡낚시터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대낚시를 하는데 옆에서 루어를 던지는 초보자들 때문에 화난 적도 있지만 이젠 여유가 생겼다. 누구나 초보 시절이 있었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엔 이런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전문장과 체험장을 나눠 운영하는 유료 낚시터도 생겨나고 있다.

낚시인구가 늘면서 충청도 강원도 등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대폭 늘었다. 시에서 주관하는 낚시대회가 늘었고, 태안 통영 거제도 사천 울진 완도 등에는 해양낚시공원이 들어섰다. 해양수산부는 낚시 관련법을 정비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진광두 대표는 “낚시 관련법 자체가 미비하고 시도별 규정이 달라 낚시터 관리가 뒤죽박죽”이라며 “급증하는 낚시 인구를 원활하게 수용하려면 낚시문화 정착에 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낚시를 시작하려 해도 어디서 장비를 대여하고 낚시 법은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해하는 초보자가 많다”며 “낚시 예절을 포함한 교육, 장비 대여, 위생 등의 측면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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