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리옹’ 숙소에서 마주한 뜻밖의 역사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8-05-22 19:37 수정 2018-05-2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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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기약 없이 떠났던 프랑스 리옹을 다시 찾았다. 프랑스에서 파리가 아닌 다른 도시를 두 번 이상 여행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나마 남부 프랑스 대표 휴양지인 ‘니스’ 일대는 비교적 잘 알려진 곳이라 재방문 빈도가 다른 지역보다는 높은 편이다. 액상 프로방스·아를·몽생미셸 등 아기자기한 소도시는 대부분 묶어서 하루여행 여행코스로 짠다.

처음에는 프랑스 제2 도시라는 ‘유명세’에 이끌려 리옹으로 향했다. 근거지였던 파리와 가깝다는 점도 리옹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줬다. 파리와 리옹 거리는 약 465km, 고속열차 떼제베(TGV)로 두 시간 남짓 걸린다.

무작정 찾아갔던 리옹은 꽤나 만족스러운 여행지로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좋았다. 리옹 시민들은 어딜 가더라도 낯선 여행객들을 친절하게 맞았고, 길을 물어보면 목적지까지 따라와 안내해주는 호의를 베풀기도 했다. 로마원형극장·생텍쥐베리 생가·푸비에르 노트르담 성당(사진)과 같은 리옹 대표 명소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배려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음식과 숙소다. 특히 미슐랭 3스타 음식점이 즐비한 리옹의 ‘미식 여행’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세계적인 셰프 ‘폴 보퀴즈’도 이곳 출신이다. 리옹은 알자스 로렌 지역 농산물, 프로방스 해산물, 론강과 손강의 민물 생선이 집결되는 곳이다. 이런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오래 전부터 요리 도시의 명성을 누려왔다. 이곳에서는 상류층보다는 ‘부숑’과 같은 서민의 소박한 음식들이 발달했다.

리옹 부숑은 시에서 관리한다. 현재 리옹에는 20개의 공식 인증 부숑 리오네가 영업 중이다. 그중 벨쿠르 광장 인근 ‘샤베르 에 피스’는 끼니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 식당 메뉴는 우선 식전주로 ‘키르’를 마시고 돼지 비계를 튀긴 ‘그라탱’을 전채 안주 삼아 먹는다. 이어 특제 소스에 졸인 닭 간, 다진 돼지 내장, 송아지의 머리 고기와 혀, 리옹식 고기 완자 케넬 등 리옹의 전통 부숑을 맛볼 수 있다.

미식 체험을 하거나 관광 명소를 빠르고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숙소 위치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4성급 호텔 ‘머큐어 리옹 상트르 샤토 페라시(Mercure Lyon Centre Chateau Perrache)’는 훌륭한 대안이다. 도보 1분거리 리옹역을 가면 전철뿐만 아니라 TGV, 버스 등 리옹의 모든 교통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사실 머큐어 리옹 상트르 샤토 페라시는 리옹의 문화유산 같은 호텔이다. 이 호텔의 최초 이름은 테르미누스(Terminus)다. 1905년에 지어진 테르미누스는 리옹 당대 최고의 예술가와 장인, 건축가가 참여해 3년 만에 완성됐다. 당시 건축가들은 내진 설계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호텔 옆으로 기차가 지나가기 때문에 외부 진동에 강한 내진설계는 필수 조건이었다. 이 프로젝트 수석 건축가를 맡았던 조르주 셰단(Georges Chedanne)은 에펠탑과 비슷한 설계를 적용, 뼈대를 세워 호텔에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했다. 또한 엘리베이터와 온수시설을 최초로 도입한 초호화 시설로 꾸몄다.

마르타 파르도 바디어(Marta Pardo-Badier) 매니저와 함께 본격적으로 호텔 투어에 나섰다. 호텔 내부는 무척 화려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유럽에서 유행한 건축공예 새로운 양식인 ‘아르 누보(Art Nouveau)’ 장식이 호텔 곳곳에서 투숙객들을 맞이한다. 1층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풍스런 세미나룸과 식당이 있다. 이 호텔의 세니마룸은 매 달 스케줄이 거의 꽉차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지하로 내려가면 모던한 파티룸이 인상적이다. 리옹의 디자이너들 작품으로 채워진 지하 파티룸은 화장실마저 화려했다. 즉석 사진 인화기기도 설치해놔 참석자들의 흥을 돋운다. 호텔 정문 밖에는 아이들과 함께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호텔의 화려한 이면에는 아픈 과거도 존재했다. 머큐어 리옹 상트르 샤토 페라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장악하면서 리옹 시민들을 포로로 잡아 잔혹한 고문을 행한 장소기도 하다. 전쟁을 거치자 호텔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대부분의 장식물과 식기류 등이 파괴되거나 도난당했다. 이후 1959년 대대적인 복구 작업을 통해 신식 시설들을 도입하는 등 리옹 최고 호텔로 다시 거듭났다는 게 매니저의 설명이다.

이 호텔은 1996년부터 아코르 머큐어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정기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100개의 전체 객실은 2015년 5월 재정비를 마쳐 한층 감각적으로 디자인됐다. 객실에 들어서면 침대 머리맡 손바닥 그림이 맨 처음 눈에 들어온다. 손바닥을 자세히 보면 리옹 지도가 빼곡히 그려져 있다. 최소 3m에 달하는 높은 천정은 개방감을 극대화한다. 큼지막한 창문은 바깥 풍경을 가감 없이 전달해 시야를 가리지 않아서 좋다. 널찍한 더블침대는 포근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돕는다.

마르타 파르도 바디어 매니저는 “머큐어 리옹 상트르 샤토 페라시 호텔은 리옹의 모던과 클래식을 함께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위치적으로도 중앙역과 맞닿아 있어 리옹 관광객들에게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옹=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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