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액션 버킷리스트]백령도

조성하 전문기자

입력 2017-09-12 08:59:00 수정 2017-09-12 11: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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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무진(頭武津)에서 맞는 해넘이. 이 아름다움은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란 비유로도 부족하다.


《한 해 2200만 명이 해외로 나가는 대한민국. 그럼에도 아직 울릉도(경북) 백령도(인천 옹진군)를 가보지 않은 이가 많다.

내 나라야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 등잔 밑처럼 살피지 않는 무심함 탓이려니. 섬이라는 특성상 악천후 등 결행을 주저하게 만들 의외성도 이유다. 그러나 긴 휴가나 은퇴생활을 즐기는 경우라면 그 같은 리스크에 좀더 관대할 수 있다.

하루 이틀 배가 묶인다고 해서 신상에 금이 갈 위험은 그리 크지 않으니.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로 안내한다.》

오전 7시50분 인천연안여객선터미널. 쾌속카페리 하모니플라워 호(2071t·정원 564명)가 부두를 떠났다. 이 배의 최고속도는 시속40노트(74km). 소청 대청 두 섬을 차례로 들러 4시간 만에 닿았다. 항로상 거리는 227km. 자를 대면 120km(직선거리)의데 이렇게 두 배 가까이 에둘러 가는 이유. 북한과 인접한 위험수역을 피해가느라 그렇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때는 ‘백령도도 함께 가라앉았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관광객 격감이다. 그러나 이듬해 회복돼 이젠 12만 명이나 늘어 지난해는 33만4000명을 기록했다.

백령도가 북한과 지척임은 그 섬에 가봐야 실감한다. 황해도해안(장연군)이 10km, 장산곶은 17km거리. 맑은 날엔 빤히 보인다. 장산곶과 같은 거리의 대청도가 뱃길로 30분이니 그 시간이면 황해남도의 장산곶에 닿는다. 백령도에 황해도출신(장연군·초도)이 20%나 차지하는 배경이다. 6·25가 터지자 잠시 피난 온 게 여직 귀향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는 것.

누군가 콩돌해안에 남긴 작품

가을 백령도 여행의 매력은 여름 섬의 감동을 훨씬 뛰어넘는다. 건조한 날씨로 인한 높고 푸른 하늘 덕분이다. 대기에 습기가 줄면 시계가 늘어나고 해무가 끼는 날도 줄어든다. 그래서 북한 황해남도의 옹진반도도 훨씬 또렷이 내다뵌다. 주민들은 더 멀리 있는 장산곶도 훤히 보일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바다를 향해 돌출한 옹진반도는 이보다 더 가까우니 손에 잡힐 듯하다고.
그리고 가을엔 바다의 물고기도 훨씬 맛있다. 백령도에는 인공양식 시설이 전혀 없다. 그래서 여기서 먹는 생선은 100%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자연산이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어종은 우럭과 놀래미가 대세. 이 생선은 연중 잡히는 어종. 하지만 특히 가을에 더 맛있데 그 건 겨울나기에 대비해 지방을 많이 축적하기 위해 먹이활동을 더 활발히 해서란다. 찬바람 나면 생선이 더 맛있다는 말의 근거다.
황해도식 사곶냉면. 국물 맛은 까나리액젓
백령도는 인천지역에선 대중적인 ‘사곶 냉면’의 발상지다. 이 냉면은 실향민의 유산이다. 사곶(백령면 진촌리)은 백령도에서 가장 큰, 그리고 유명한 해변이다. 한국전쟁 중에는 유엔군 수송기가 임시활주로로 쓰며 이착륙했다. 그 정도로 길고 토질(규암모래)이 단단하다. 요즘은 그 해변을 비행기 대신 대형관광버스가 질주한다. 백령도 여행길에 가장 인상적인 체험 중 하나다. 사곶 3.5km 해변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사곶냉면의 상호는 그 지명에서 유래했다. 맛은 그 지형과 역사만큼이나 독특하다. 심심한 육수에 농밀한 메밀 맛의 면. 그야말로 황해도식 냉면인데 국물의 야트막한 감칠맛만큼은 백령도 오리지널이다. 여기서 가장 흔한 특산물 까나리(몸길이 15¤20cm의 가늘고 긴 체형의 까나리과 물고기)를 절여 발효시킨 액젓을 넣어 만들어서다. 사곶냉면(식당)은 벌써 3대째 대물림 중인데 섬엔 이런 황해도식 냉면식당이 서너 곳 더 있다.

백령도엔 관광지도 제법 많다. 그중 간판급은 ‘서해 금강산’이라 불리는 두무진(頭武津·국가명승지 제8호)이다. 섬 북서쪽의 이 절벽해안은 오랜 세월 비바람과 파도에 깎여 기기묘묘한 모습을 한 바위로 장식됐다. ‘무사의 머리’라는 ‘두무’는 하늘로 쭉쭉 뻗어 오른 바위들이 마치 전장의 막사에서 장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숙의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것이다. 이 바위 중에서도 압권은 선대암인데 1612년 백령도에 귀양 온 문신 이대기는 이 바위를 보고 ‘늙은 신(神)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자신의 저술 ‘백령도지’에 남겼다.

공양미 삼백 석에 팔린 심청이 스스로 뛰어든 바다 인당수(印塘手)도 이 근방이란다. 그래서 진촌리 북쪽의 산마루에는 심청각도 지어 두었다.

형형색색 조약돌로 이뤄진 섬 동편의 콩돌해안도 명물이다. 파도에 휩쓸릴 때마다 콩돌이 구르며 연주하는 멋진 음악 감상만으로도 섬 여행의 배 삯은 보상받는다. 콩돌해안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그래서 콩돌 반출은 불법이다. 7년 전 천안함에서 순직한 46용사의 위령탑도 이 섬에 있다.

개신교 최초선교 섬을 상징하는 중화교회

개신교 신자에게 백령도 여행은 더더욱 의미가 있다. 1896년 건립된 중화동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우리나라의 선교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어서다. 이 절해고도에 이렇듯 일찍이 기독교가 전파되고 교회가 선 배경. 1816년에 희망봉(아프리카대륙 남서단)을 돌아 발해 만에 당도한 영국범선이 백령도의 중화동 포구에 군인을 상륙시키며 성경과 전도지를 전달하고 떠났다. 그 16년 후엔 또 다른 영국범선이 이 섬을 찾았다. 그 때 통역 겸 의사로 동승한 칼 귀츨라프(1803¤1851)가 중화포구에 상륙, 주민들에게 성경과 전도지를 전하며 선교했다. 당시 그는 식사대접까지 받는 환대 속에 전도를 마치고 섬을 떠났다. 독일인인 칼 귀츨라프는 조선과 태국(방콕), 중국 각지를 방문하며 개신교를 전한 동아시아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다.


■ 여행정보


배 편: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수시로 출항. 가장 빠른 쾌속카페리

(하모니플라워 호)로 네 시간 걸린다. 편도 6만6500원.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서해5도 운임할인: 인천광역시는 매년 여름성수기(7월13일~8월31일)만 빼고 서해5도 관광객의 배 삯을 50% 할인(승선권 예매 시 선사측이 적용)

해준다. 단 예산범위 내여서 예산이 소진되면 중단되기도 하는데 올해는 9월 이후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인천시민은 상시 60%할인.

문의는 옹진군 지역경제과


연휴 승선권: 시월 초 열흘연휴(9월 30일~10월 9일) 승선권은 거의 동난 상태. 이후 주중에 찾는다면 훨씬 한가로이 섬 관광을 즐길 수 있다.

고려고속훼리(주) 홈페이지의 ‘승선권예매’를 통해 온라인으로 원하는 날짜의 승선권를 확인할 수 있다.


섬 관광
: 여행사마다 판매하는 패키지상품 구입을 권한다. 섬 내 이동이 여의치 않아서다. 일정은 1박2일이 대세로 숙소는 모텔 급.

두무진 선상관광도 포함된다. 4인1실의 경우 1인당 16만원 선

(첫날 저녁식사만 제외하고 숙식포함).


문의: 백령도관광공사


섬tour: 렌터카 여행상품도 판매 중. 관광정보는 인천관광공사


특산물
: 섬에서 캐낸 쑥과 쑥엑기스, 높은 당도에 물기를 많이 품은 백색고구마. 까나리액젓, 황해도식 냉면도 여기서 맛봐야 제격이다.

섬에서 나는 생선은 100% 자연산.


주의할 점: 승선 시 신분증명서가 없으면 배를 탈 수없다.
글·사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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