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디자인 날개달 때”… BMW 2인자 채프먼 美 수석디자이너로 영입

동아일보

입력 2011-12-27 03:00 수정 2011-12-2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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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부회장이 영입 주도
■ BMW 2인자 채프먼 美 수석디자이너로 영입 배경


크리스토퍼 채프먼
현대자동차그룹의 디자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현대차가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로 BMW의 핵심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채프먼을 23일 영입함에 따라 현대차도 아우디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포진한 기아자동차 못지않은 디자인 역량을 갖추게 됐다. 기아차가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 이후 도약에 성공한 것처럼 현대차가 어떠한 변화를 보일 것인지에 세계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디자인의 현대차’로 거듭나나

당초 미국 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는 필 잭슨이 맡고 있었다. 그는 현대차가 2009년부터 시작한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의 조각품을 차체에 묘사한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의 도입을 지휘했다. 이 콘셉트는 ‘투싼ix’에 처음 적용된 이후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현대차의 핵심 모델에 적용됐고, 임무를 마친 잭슨은 올해 1월 친정인 제너럴모터스(GM)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의 뒤를 잇는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를 책임질 거물급 디자이너 물색에 나섰다. 현대차 남양 기술연구소의 관계자는 “현재의 디자인이 완성된 상태에서 당장 자리를 비워도 급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급하게 아무나 후임을 뽑는 것보다 미래 디자인을 책임질 수 있는 인재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이토록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기아차 성공의 영향이 컸다. 기아차 사장 재직 당시 슈라이어 부사장을 영입해 기아차의 도약을 이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 경험을 통해 디자인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기아차는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 이후 ‘K 시리즈’에 적용된 특유의 패밀리 룩을 통해 세계 주요 디자인상을 휩쓸었고, 판매량도 늘어났다.

정 부회장이 2009년 현대차로 옮긴 뒤 플루이딕 스컬프처 도입을 주도한 것도, 이번 채프먼 영입에 공을 들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증된 기술력에 디자인이라는 날개를 달게 되면 현대차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프먼은 당장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인 ‘아이오닉(i-oniq)’의 구체화 작업과 함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현대차 디자인을 선보이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채프먼은 누구?

채프먼은 역시 BMW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인 크리스 뱅글에 가려져 대외적인 인지도는 크게 높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는 “뱅글 못지않은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로 옮기기 전에는 BMW 디자인 총괄인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 사장에 이어 수석디자이너로 디자인 부문 2인자로 일했다. 1989년 일본 이스즈에 입사해 자동차업계에 발을 디딘 그는 BMW에 ‘X5’와 ‘Z4’의 디자인을 맡아 “선이 굵고 깔끔한 디자인을 추구하면서도 화려한 조형미를 나타낸다”는 호평을 받았다. 일본의 한 잡지가 BMW의 신차 일러스트를 소개하며 “뱅글의 작품”이라고 설명했을 때 이를 본 뱅글이 직접 잡지사에 연락해 “그 디자인은 채프먼이 했으니 정정해 달라”고 요청한 일은 아주 유명하다. 뱅글이 채프먼을 자신 못지않은 실력자로 인정한 것이다.

앞으로 현대차의 디자인은 남양 기술연구소의 오석근 디자인센터장(부사장)과 토마스 뷔르클레 유럽 디자인센터 총괄 소장, 채프먼의 삼각 편대가 이끌게 됐다. 뷔르클레 소장 역시 BMW 출신이다. 오 부사장은 “채프먼의 영입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향후 디자인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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