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떼일라’…전셋값 하락에 ‘깡통주택’ 어쩌나

뉴시스

입력 2019-01-16 08:28 수정 2019-01-16 08:2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경기 하남에 사는 회사원 김은만(38)씨는 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지방 근무지 발령을 받은 김씨는 새로 이사할 집 계약을 맺었지만 잔금을 내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서다.

김씨는 앞서 지난 2017년 1월 전세보증금 3억8000만원을 내고 하남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85㎡)에 들어왔다. 김씨는 전세 계약이 끝나기 3개월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것과 전세보증금 반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며 보증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수차례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답변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집주인은 김씨의 전세보증금 3억8000만원을 안고 4억원에 이 아파트를 사들인 이른바 ‘갭투자자’다.

김씨는 “전세 보증금 반환이 걱정돼 수차례 집주인에게 얘기했지만 집주인은 묵묵부답”이라며 “보증금을 빼서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이른바 ‘깡통전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집값이 전셋값에도 못 미치는 깡통주택이 속출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주의보로 바뀌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일대 주택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난감한 세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세금은 올리고 돈줄은 조이는 9.13부동산 대책과 신규 아파트 물량 증가, 집값·전셋값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전세 보증금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이 점점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전세와 대출 등을 끼고 갭투자에 나선 집주인들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갭투자가 성행했던 2~3년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거듭된 규제 정책과 신규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매매·전셋값 모두 하락하고 전세가율 역시 떨어졌다.

게다가 은행대출까지 막혔다. 9.13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이자 등 금융비용도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2년전 수준의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증가하는 등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이 더욱 확산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세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다만 보험을 의무화할 경우 보험료 부담 등은 풀어야할 숙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용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전세금 안심대출보증)’에 가입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이 끝난뒤 1개월이 지나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HUG가 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주는 보험이다.

하지만 가입 조건이 다소 까다롭다. 해당 주택에 경매나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이 없어야 한다. 또 다른 세대의 전입이 있으면 가입이 불가능하다. 전세 계약서상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고 주택의 건물과 토지 임대인이 동일해야 된다.

계약기간도 1년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 미분양관리지역의 경우 전세 계약 만료 6개월전에도 신청할 수 있다. 전세보증금은 수도권 7억원(대출 포함 5억원), 그외 지역은 5억원(대출 포함 4억원) 이하여야 한다. 보증상품 수수료는 전세금의 0.128%로 보증금 1억원 기준 연간 12만8000원이다.?

또 계약 만기가 지나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된다. 관할 지방법원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임대 계약이 끝난 뒤 임대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 임차인에게 단독으로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는 권리다. 등기부등본에 임차권이 기재되면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이사를 해도 대항력과 우선 변제력이 그대로 유지돼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또 대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지금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집주인에게 관련 서류를 등기로 보낸다. 집주인은 등기를 받은 뒤 2주내에 의의를 신청할 수 있다. 만약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가압류나 경매 등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집주인이 이의신청을 할 경우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넘어간다.

전문가들은 깡통주택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 계약전 대출이나 근저당 설정 등 문제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된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전세 계약에 앞서 대출이나 근저당 설정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뒤에는 바로 전입신고를 해야 된다”며 “보험금 부담이 있지만 전세보증금 보장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 등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세입자들을 위한 저금리 융자제도나 세제 혜택 등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전문가 칼럼



부자동 +팔로우, 동아만의 쉽고 재미있는 부동산 콘텐츠!, 네이버 포스트에서 더 많이 받아보세요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