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경매시장 급랭… 서울 낙찰률 반토막

주애진기자

입력 2017-08-23 03:00 수정 2017-08-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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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경매대출에도 강화된 DTI 적용
8월 들어 서울 아파트 46% 낙찰… 연립-다세대는 30%대 주저앉아
기일연기 잇따라 경매건수도 급감


22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내 경매법정. 오전 10시부터 경매가 시작됐지만 법정 내 60여 개의 좌석 곳곳에서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개찰이 시작된 뒤 사람들이 더 몰렸지만 8·2부동산대책 발표 이전의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 경매정보업체 직원은 “이전에는 150명 넘게 와서 입구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대책 발표 이후엔 경매장을 찾는 사람이나 물건이 모두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날 경매가 진행된 아파트는 6건. 이 가운데 단 2건만 새 주인을 찾았다. 경매장을 찾은 김모 씨(58·여)는 분위기만 지켜보다 발길을 돌렸다. 그는 “8·2대책으로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돼 나처럼 관망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직접 들어가 살 집이면 몰라도 이미 집이 한 채 이상 있는 사람들은 당분간은 예전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에 나서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 경매 낙찰률 절반 이하로 뚝


8·2대책의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법원경매시장까지 냉기(冷氣)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지역 아파트 경매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법원경매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 55건 가운데 절반을 밑도는 25건만 낙찰됐다. 지난해 7월(45.3%) 이후 가장 낮은 낙찰률(45.5%)이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인 낙찰가율은 92.8%로 지난달(99.1%)보다 6%포인트 넘게 빠졌다. 경매 1건당 평균 응찰자 수도 지난달(12.6명)과 비교해 반 토막(6.9명)이 났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경매를 미루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 기간 예정됐던 서울 아파트 경매 78건 중 17건의 기일이 변경됐다. 적절한 가격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채권자들이 경매 일정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경매가 진행되는 건수가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이 적정한 시세를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1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아파트를 감정가 2억8900만 원보다 3100만 원 더 높은 가격에 낙찰 받은 사람도 있었다.


○ 경매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

전문가들은 8·2대책으로 강화된 대출 및 다주택자 규제 때문에 법원경매시장도 당분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경매는 대출자금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때 이용하는 경락잔금대출 역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을 받는다.

당장 수요층이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엷은 연립이나 다세대주택 경매시장은 위축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달 들어 서울 지역의 연립·다세대주택 경매물건의 낙찰률은 30%대로 주저앉았다. 낙찰가율(84.6%)과 건당 평균 응찰자 수(2.9명)도 7월과 비교해 크게 하락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연립·다세대에서 아파트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퍼져나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선 내 집 마련 실수요자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투기 수요가 사라지면서 경쟁률은 낮아졌고,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경매 물건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내년 하반기(7∼12월)를 노려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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