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분양 스팸전화 여전히 기승… 건설사들 ‘수수방관’

동아일보

입력 2016-11-15 08:25 수정 2016-11-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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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흥덕 롯데캐슬 레이시티’ 아파트 분양 정보 좀 드리려고 합니다.”
“네? 제 연락처를 어떻게 아셨죠?”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 하신 걸로 알고 있어 연락했습니다.”
“동의 한 적 없는데요?”
“…”

김장현 씨(35·가명)는 얼마 전 전화 한 통을 받고 기분이 몹시 찝찝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김씨의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 그는 아차 싶었다. 몇 달 전 신규 아파트 광고에 문의전화를 건 게 화근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김씨는 “동의 없이 수집된 개인정보가 이런 식으로 돌고 도는 줄 상상도 못했다”며 “현재 불법 텔레마케팅 신고센터에 해당 건을 접수한 상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김씨처럼 아파트 분양 사무소에 무심코 전화 통화를 했다가 무차별적으로 다시 연락이 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아파트 15만8436가구가 쏟아지면서 이때 수집된 개인정보가 사업자들에게 공공연히 공유되고 있다. 하반기는 이보다 많은 총 19만9228가구가 분양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어 개인정보유출 피해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미분양 단지 일수록 이 같은 스팸전화 빈도는 더욱 잦았다. 미분양 아파트를 파는 마케팅에서 흔히 쓰이는 ‘조직분양(일명 떼분양)’에서도 예비 청약자들의 개인정보는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다. 떼분양이란 수십명 이상의 상담원들이 개별로 마케팅을 벌여 계약 건당 수수료를 받는 판매 방식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서울 및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와 오피스텔(▲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 ▲광교 SK 뷰 레이크 ▲역삼역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송파 두산위브 ▲용인 상현더샵파크사이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신흥덕 롯데캐슬레이시티 ▲안산 상록 이편한세상 ▲송도 SK뷰 ▲평택 자이더익스프레스3차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에 통화를 시도한 결과 11곳 모두 다음날 잔여세대 계약을 유도하는 문자나 전화가 어김없이 걸려왔다. 심지어 이곳 현장 말고 다른 분양 사업지에서도 연락이 왔다. 하지만 ‘아무개 실장’으로 소개한 이들 대부분은 개인 전화번호 출처를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서둘러 통화를 종료하기 바빴다.

이 같은 고객정보는 주로 본보기집을 통해 얻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이 본보기집 유선 번호로 전화를 걸면 안내원이 다시 전문상담원을 연결시켜주는 과정에서 전화번호가 수집되는 식이다. 한 분양업자 관계자는 “단순 상담원은 문의사항에 대해 직접 대답하지 않고 휴대전화번호를 파악해 담당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전화번호를 따낸다.”고 했다.

이렇게 축적된 고객 전화번호는 분양대행사들을 통해 거래된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청약했거나 본보기집을 방문한 고객정보도 분양업체의 손에 넘겨져 판매되는 일이 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분양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건설사들의 수수방관하는 태도도 스팸 전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한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지침이 있지만 건설사들은 분양대행사의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일정 기간 내 아파트 분양이 완료되지 않으면 건설사들도 막심한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들은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한 고객 외에는 고객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전문상담원이 프리랜서인 경우가 많아 그들끼리의 정보 교환까지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상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동의 없이 유출하거나 공개하는 경우 행정처분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만약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데 사용하는 경우 형사처벌까지 이뤄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처분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업계 관계자는 “산발적인 대행업체가 많아 일일이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고객이 문의전화를 한 경우 상품에 관심을 보였다고 간주될 수 있어 미리 주의하고 사업자와 정부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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