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분양가의 꼼수’…실제 분양가는 왜 비쌀까?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입력 2018-03-17 09:00 수정 2018-03-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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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주택형 분양가 낮춰 전체 평균분양가 낮아보이도록 하는 꼼수
-건설사들 발코니 확장, 붙박이장, 천장형 에어컨 등 옵션으로 분양가 물타기
-전용면적·공급면적 헷갈리는 건축용어 탓에 소비자 혼란 커져


각종 방법으로 평균분양가를 낮추는 꼼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건설업체가 공개하는 아파트 평균분양가에 함정이 숨겨져 있는 탓이다. 중도금 이자, 옵션 등으로 추가 금액을 받는 것은 알려졌지만 싼 ‘꼼수 평형’을 넣어 평균 분양가를 낮추는 방법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내가 받은 분양가격은 왜 비쌀까?


통상 건설사들은 각 평형별 분양가격에 공급 가구 수(모집 가구 수)를 곱한 뒤 모두 더한 다음 이를 각 평형별 면적에 공급 가구 수를 곱한 뒤 모두 더한 값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 때문에 일반분양 가구 수가 거의 없는 대형 주택형이나 틈새면적 주택형의 분양가를 낮추면 전체 평균 분양가격이 낮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작년에 신길뉴타운에서 공급된 신길센트럴자이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051만 원이다. 1008가구 중 48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었다. 전용면적별로 보면 52㎡ 13가구, 59㎡ 202가구, 75㎡ 20가구, 84㎡ 243가구, 128㎡ 3가구를 분양했다. 주력 평형인 전용 59㎡의 가격이 5억3000만~5억7850만 원이고, 그 다음으로 물량이 많은 전용 84㎡는 6억2560만~6억9840만 원대다.

틈새면적인 52㎡와 75㎡는 각각 13가구와 20가구에 불과하고 대형인 128㎡은 단 3가구만 공급됐다. 전용 52㎡의 분양가는 3억8770만 원, 75㎡는 5억5670만~6억350만 원이다. 전용 128㎡의 평균분양가는 8억5683만 원이다. 전체 80%에 달하는 전용 59㎡와 84㎡의 분양가가 6억 대를 훌쩍 넘어서는 점을 감안하면 물량의 20%가 채 안 되는 평형의 분양가가 평균분양가를 낮아 보이게 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공급가구수가 많은 중소형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고 가구 수가 적은 대형 평형의 분양가를 낮춰 평균분양가를 어느 정도 맞추는 건 공공연한 일”이라며 “그런 식으로 평균분양가가 낮아 보이게 홍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막상 계약을 하려고 보면 알려진 가격보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가량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 비싼 유상옵션 적용 ‘조삼모사’… “분양가 싼 게 아니네”

분양가가 낮은 대신 ‘옵션 장사’를 통해 이득을 챙기려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분양가 하락분을 옵션에서 만회하는 전략을 써서 ‘조삼모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발코니 확장, 붙박이장, 천장형 에어컨 설치 등 옵션을 유료로 바꾸거나 반대로 무상 옵션을 앞세워 고분양가를 물 타기하는 식이다.

실제 롯데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 은 터무니없는 가격의 유상옵션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의 주택형별 발코니 확장금액은 전용 84㎡A타입이 2953만 원, 전용 84㎡B타입 2659만 원, 전용 101㎡A타입 3087만 원 등 확장비가 3000만 원대다. 전용 219㎡ 발코니 확장금액은 무려 6664만 원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확장가격이 대부분 1000만 원 안팎인 것을 감안할 때, 최대 6배가량 비싼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분양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아파트)도 3.3㎡당 평균분양가는 4160만 원이지만 각종 옵션 비용을 포함하면 대략 4400만~4500만원 선이 될 전망이다.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소비자들은 유상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건설사들이 설계 단계부터 발코니 확장을 염두에 두고 아파트를 시공하기 때문이다. 4베이 구조의 중소형 평형일 경우 발코니를 확장하지 않으면 가구가 들어갈 틈도 없이 방이 좁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발코니 확장 옵션을 구매하게 된다.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들은 사업비를 보전하기 위해 기본 건축비 외에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들을 높게 책정해도 분양가 승인에서 제동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옵션비로 분양가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옵션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면피를 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고 말했다.


○전용면적으로 홍보하고 분양가 계산 시엔 공급면적 적용… 소비자 혼란 부추겨

광고할 땐 전용면적으로 홍보하고 가격을 계산할 땐 공급면적을 적용해 소비자들이 분양가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분양가를 산정할 때 사용되는 것은 '공급면적'(분양면적)이다. 공급면적은 전용면적에 주거공용면적을 더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24평, 34평은 공급면적을 일컫는다. 24~25평은 공급면적 79~82㎡이며, 전용면적으로 계산하면 59㎡다. 33~34평은 공급면적으로 치면 109~112㎡, 전용면적은 84㎡에 해당된다.

소비자들이 겪는 대부분의 혼란은 전용면적과 공급면적을 혼동해서 생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전용률(공급면적에서 전용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75%로 두 용어를 헷갈릴 경우 소비자가 생각하는 분양가와 실제 분양가가 25% 정도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혼동하는 용어 간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소비자들은 입주자모집공고를 볼 때 분양가나 중도금은 자세히 살펴보지만 유상옵션 부분은 정확히 읽어보지 않는다”면서 “옵션이 정확히 어떻게 구성되고 얼마에 책정됐는지, 옵션가격을 포함했을 때 전체 분양가가 얼마가 되는지를 살펴본 다음 주변 시세와 비교해 신중하게 청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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