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집값 2억 원 뚝…지금 매입해도 될까?

동아경제

입력 2018-04-18 10:01 수정 2018-04-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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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영 R&C 연구소장
“언제가 바닥인가요?”

업이 업인만큼 시장 전망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신이 아닌 이상 어느 누가 정확한 바닥을 알 수 있을까? 정확한 바닥은 전문가들도 알 수가 없다. 전문가는 평가를 하고 전망을 하는 것이지, 콕 찍어 정답을 말할 수는 없다.

바닥이라 생각했는데 사고 보니 또다시 떨어지고, 바닥 시점에 매입한 후 바로 상승기를 타는 운 좋은 기회가 나에게 올 수도 있다. 가격이 한참 떨어지고 있을 때 이 정도 떨어졌을 때 매입하면 괜찮겠다 해서 매입을 했는데 그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살 것을...”하고 후회가 된다. 이것이 일반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은 부동산 투자 성공에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투자 가치가 있는 상품이라는 판단이 서면 어느 정도 떨어졌을 때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 부동산 투자에선 과감성도 투자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달에 몇 억 원씩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이 바닥이다, 매입 적기’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조금 더 기다려라, 더 떨어질 것’이라는 말하곤 한다. 매입 적기라 판단한 투자자들은 2008년 연말에 보유한 현금을 풀었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했다. 2009년 상반기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몇 억 원씩 오르면서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꼭 바닥이 아니더라도 언제쯤이면 적당한 매수 시기가 될까? 우선 적당한 매수 시기를 알기 위해서는 본인이 원하는 지역과 단지를 선정해야 한다. 앞으로 주택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내다볼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봐야 하고 더 세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즉 수도권과 지방과의 차이가 분명하고, 수도권에서도 서울과 경기도, 경기도 내에서도 지역별로 편차가 아주 심할 것이다.

서울을 예로 들어보자.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강남 재건축 중심으로 집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잠실 주공 5단지 전용면적 110㎡ 15층 매물이 지난달 14일 17억 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같은 면적 대 13층 매물이 19억 78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무려 2억 800만 원 하락한 셈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104㎡ 단지, 4층 매물은 지난달 21일 16억 9000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 17억 7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8000만 원이 하락했다.

부동산은 심리적인 영향을 특히 많이 받는 시장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남과 다주택자의 핀셋 규제로 향하고 있고 단기간 가파른 상승세 등의 피로감으로 매수자들이 선뜻 움직이기 힘든 시기다. 매수자가 없으면 매도자들의 마음이 급해지면서 가격 하락폭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는 어느 정도 가격이 떨어져 가격 메리트가 생기면 매수세가 다시 붙는다. 학군 등의 인프라 등으로 들어와야 하는 대기수요가 탄탄하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 메리트만 생겨도 매수자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강남의 최적의 매수 시기는 매수자들의 가격 기준점이다. 관심 아파트의 최근 최고가(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적정한 선을 잡고 그 가격에 가까워지면 접근하는 전략으로 가는 것이 좋다. 다만 지금은 조정 초입 단계이므로 3년 이상 보고 접근해야 한다.

지방의 경우에는 어떨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는 수도권보다 길게 간다.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조차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그동안 지방 주택시장의 호황을 가져왔던 혁신도시 등의 사업들이 완료됐거나 마무리 단계다. 이미 들어올 수요는 거의 다 들어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방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과 조선소 사업 등의 불안 등으로 탈 지방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미분양은 쌓이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예정되어 있는 공급물량도 많다. 충분히 여유 있게 지켜보고 접근해도 늦지 않다.

또 기존 재고시장과 달리 분양시장은 아파트 트렌드 변화 가속화 등으로 경기 불황 속에서도 입지와 상품, 가격 등에 따라 여전히 청약자들이 몰릴 수 있다. 입주 이후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는 입지와 브랜드, 규모 등을 갖추고 있는지 따져보고 청약에 나서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집값이 떨어지면서 지금 사야 하지 않을까 조급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시기에 부동산 투자에 나설 때는 일정 기간 관망 후 매수 타이밍을 잡는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가격 하락기에는 시장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입지가 좋은 지역에 헐값에 나온 초급매물이나 경매 물건을 노리는 것이 최선의 투자 전략이다.

또 글로벌 경기와 금리, 정책 변화의 추이를 살핀 후 철저히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바닥이 언제일지 모르는 시장 환경에서는 단기적인 시장 변수와 상품별 등락에 연연하기보다는 일반 경기와 부동산 시장 흐름의 상관관계를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양지영 R&C 연구소장

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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