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 앞두고 세 번 우는 세입자

동아일보

입력 2012-08-30 03:00 수정 2012-08-3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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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오르고… 매물은 없고… 집주인은 월세 전환 요구

직장인 최모 씨(44)는 2010년 가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60m2아파트에 전세금 3억3000만 원을 주고 입주했다. 그는 재계약을 원하지만 급등한 전세 시세가 걸림돌이다. 2년 새 1억 원이 오른 것. 중개업소가 전세금을 7000만 원만 올리도록 중재했으나 가진 돈은 3000만 원 남짓이다. 부족한 4000만 원을 월세로 내려면 매달 2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는 인근의 오래된 단지를 뒤지고 있지만 싼 매물이 마땅치 않다. 최 씨는 “아이들 학교를 생각하면 멀리 떠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금이 급등한 데다 매물은 부족하고, 일부 집주인은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요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이자율은 서울이 연 6% 선. 일부 다세대·다가구는 10%를 웃돌아 서민일수록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또 늘어난 전세금 부담을 은행 대출로 메우면서 ‘렌트 푸어(RENT POOR)’도 증가하는 추세다.


○ 가을 앞두고 전세금 꿈틀

12월 결혼을 앞둔 김모 씨(28)는 아직 집을 구하지 못했다. 마련한 전세금은 2억 원. 직장과 본가에서 가까운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을 샅샅이 뒤졌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2년 전만 해도 2억 원 남짓으로 본가 부근에 소형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렵다. 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변두리 지역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평균 2864만 원 올랐다. 서울은 4357만 원 올라 평균 전세금이 2억6591만 원에 달했다. 2년 전 서울에서 전세 계약한 세입자는 4000만 원 이상을 손에 쥐어야 현재 집에 계속 살 수 있는 셈이다.

2년 새 급등한 전세금이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서울 전세금은 0.05% 올랐다. 경기 광명시(0.28%)나 부천시(0.25%) 하남시(0.19%) 등에서도 가파른 오름세가 나타났다. 가을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수요와 가락시영 등 재건축 단지의 이주 수요가 겹친 때문으로 분석됐다.


○ 저가 매물 줄어 서민 부담 가중

1억 원 미만의 값싼 전셋집이 줄고 있어 서민일수록 주거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331만2379채 중 1억 원 미만 전셋집은 92만485채에서 53만7901채로 줄었다. 2년 새 42%나 급감한 것이다. 서울은 2년 전 8만6800채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4만454채에 불과하다.

집주인이 재계약 때 세입자에게 전세 인상분을 월세로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 파주시 운정마을에서 전세금 1억 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박모 씨(26·여)는 출산을 앞두고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집주인이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한 것. 그는 월세 80만 원을 부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부모를 부양하는 그는 “11월까지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해야 할 처지”라며 “대출이자에 시달리는 집주인들이 이자라도 챙길 생각으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 렌트 푸어도 늘어날 듯

늘어난 전세금 부담을 은행 대출로 메우는 세입자가 많아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에서 비롯된 가계부채의 불씨가 전세시장으로 옮아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2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2조3000억 원(10.2%) 늘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대출 잔액 증가액은 각각 1조 원 안팎, 지난해에는 2조 원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전세자금대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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