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시점 맞춰 자산 자동배분-수익률 9%… 연금시장 ‘TDF’ 뜬다

이건혁 기자

입력 2019-05-16 03:00 수정 2019-05-16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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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가 운용지시 안 내려도 주식-채권-부동산 등 분산 투자
1조6000억 규모, 2년반새 25배로… “국내 상품 개발-수수료 낮춰야”



타깃 데이트 펀드(TDF)의 설정액이 1조60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연금 시장의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번 가입하면 연령에 맞춰 투자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고 퇴직연금 평균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내세워 노후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TDF 운용 설정액은 1조6116억 원에 이른다. TDF 시장 규모는 2016년 말 654억 원에 불과했지만 매년 자금이 모여들면서 2년 5개월 만에 약 25배 가까이 커졌다.

TDF는 가입자의 은퇴 예상 시점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상품을 가리킨다.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국내외 주식은 물론이고 채권, 예금,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를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국내 8개 자산운용사가 TDF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달 말에는 교보악사자산운용도 TDF 판매에 뛰어들 예정이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이 6043억 원으로 TDF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095억 원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박재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하면서 분산 투자의 필요성도 커졌다.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이 제한돼 있다 보니 TDF가 주목받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TDF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9%에 이른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5.5%)보다는 낮지만 연금 가입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국내 주식형(1.8%) 및 국내 채권형(1%)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 때문에 고민인 금융당국도 TDF 시장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1.01%이며 최근 5년간(2014∼2018년) 연 환산 수익률도 1.88%에 그치고 있다.

이에 당국은 지난해 관련 규제를 완화해 퇴직연금의 TDF 편입 비율 한도를 70%에서 100%로 확대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적립금 전액을 TDF에 넣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90.3%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쏠려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은 TDF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공격적인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은 계속 위축되는 반면에 TDF는 퇴직연금 시장 확대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가입자들이 한번 펀드를 선택하면 수년 동안 유지할 확률이 높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TDF가 퇴직연금 상품의 주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판매 중인 TDF 대부분은 해외 자산운용사 상품을 들여와 재판매하는 구조”라며 “운용사들이 자체 개발하고 운용하는 역량을 키워야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를 낮추고 손실 가능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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