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중산층’ 공식 깨진다…서울아파트값 이미 ‘넘사벽’

뉴시스

입력 2018-12-09 07:19 수정 2018-12-0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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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값 탓에 ‘아파트=중산층’ 공식이 갈수록 효력을 잃고 있다.

올해 ‘미친 집값’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서울지역의 아파트값은 이미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그 중에서도 강남권 아파트단지의 몸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웬만한 강남아파트 한채 값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부유층의 전유물로 상징되던 ‘단독주택’을 추월하며 기세등등이다.

9일 KB국민은행의 ‘11월 KB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 주택구입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중 하나인 전국 아파트 구매력지수(HAI)는 올해 기준치 100선이 무너졌다. 지난 2011년 6월(98.7) 이후 7년만이다.

이 지표는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정도의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할때 현재의 소득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데 쓰인다. 기준치 이하면 중산층이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08년 12월 작성을 시작한 아파트 HAI는 81.5에서 상승을 지속해 2010년 6월 100.6으로 기준치를 처음 넘어섰고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2015년 3월 129.5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며 ▲2015년 12월 117.7 ▲2016년 12월 108.4에 이어 지난해 12월은 102.4까지 내렸고 올들어 100 밑으로 떨어져 지난 5월에는 95.5로 지난 2010년 5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지난 9월 기준 102.2까지 회복한 상태다. 다만 지난 3분기 중위 가구 월 소득(2분기 394만2263원→3분기 414만7485원)이 증가하고 예금은행 가중평균 대출금리 인하(6월 3.46%→9월 3.29%)의 영향으로, 연말로 갈수록 경기 위축에 따른 소득 증가 둔화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재차 하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서울 아파트 구매 부담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HAI는 지난 2015년 3월 69.8로 고점을 찍고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지난 5월은 42.7로 2010년 3월(42.2)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9월 들어 45.6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수도권(74.1), 경기(103.6), 6대 광역시(143.1), 기타 지방(103.6)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강남권(11개 자치구)의 경우 서울지역에서도 아파트 구매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 지난 9월 기준 35.9를 기록함으로써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다.

그 결과 강남권에서 아파트 구매 부담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단독주택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기준 아파트 HAI는 41.6을 기록해 같은달 기준 단독주택(42.4)을 0.8포인트(p)차로 앞섰고 올 9월 현재 아파트 HAI가 35.9, 단독주택 HAI가 42.4로 나타나 격차가 6.5포인트로 벌어졌다. 단독주택보다 이제는 아파트 구매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아파트값(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11월)이 KB국민은행 통계 기준 14.26% 상승한 반면 단독주택은 같은 기간 5.3% 상승하는데 그치면서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며 “더 이상 아파트가 중산층의 상징이 아니라는 것이 통계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고 저소득층과 달리 고소득층은 소득 증가로 주거의 상향이동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젊은층 고액 자산가들의 아파트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 상승세를 키웠다. 하지만 반대로 단독주택은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미약했다. 강남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남 부유층의 상징인 단독주택의 입지를 무너뜨린 것이다.

아파트값의 아성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일반적으로 활황기때는 시세차익과 환급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해진다.

하지만 침체기때는 다르다.

박 위원은 “부동산시장의 활황기때는 아파트가 주목받는 경향이 있지만 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서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급등락하지 않는 단독주택이 주목 받기도 한다”면서 “앞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다시 단독주택이 재조명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상황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시중에 나오는 시장 전문가들의 내년도 집값 전망도 엇갈리다 보니 예측이 쉽지 않다. 전문가마다 예측하는 상승-하락 전망의 편차가 크다.

그러나 이미 서울 아파트값은 중산층조차 손댈 수 없을 정도로 급등한 상태다.

KB국민은행 통계에서 중산층이 은행 대출을 받아 구입가능하다고 여기는 KB주택구입 잠재력지수(KB-HOI, 아파트재고량)는 올해 3분기 서울을 기준으로 15.2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9년 4분기(14.2) 이후 역대 2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다시말해 KB국민은행이 시세를 조사하는 서울의 아파트 전체 재고량 135만6000호중 중산층이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이 15.2%(20만7000호)뿐이라는 뜻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중산층(소득 3분위)이 버는 평균소득(월 464만원)을 갖고 20년 만기 원리금 상환 조건으로 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다고 가정할때 구입가능한 서울 집값 마지노선은 3억7819만원인데 이 조건에 충족하는 아파트는 불과 10채중 1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의 서울 아파트 매수실종도 사실상 이같은 주택구매부담 증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매수실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눈치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수요만으로 아파트값이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서울 동남권을 중심으로 매물 적체가 시작됐고 일부 재건축 단지가 있는 지역에서는 급매물도 출현중이다.

특히 미국에서도 단기채권금리가 장기채권금리를 역전하는 등 경기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도 함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산층의 주택구매력 감소 상황 탓에 서울 집값의 추가 상승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국내 부동산 전문 연구소들은 내년 서울 집값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해 혼란이 크다.

박 위원은 “서울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조정기를 겪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내년 봄 이사철에 적체된 매물이 소화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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