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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대책] "사다리 없어졌다"…서울 입성 막힌 30대

정우룡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7-08-09 09:21:00 수정 2017-08-09 10: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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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 100% 가점제 도입, 청약가점 낮은 젊은층 당첨 가능성↓
-LTV 강화로 실수요 무주택자·1주택자 자금 마련 어려워…보완책 필요


“8.2 대책이 다주택자, 강남 재건축 투기꾼 등을 압박해 집값이 떨어질 거 같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30대 무주택 실수요자의 서울 집 장만이 막혀 한숨이 납니다.”

서울에 사는 맞벌이 부부 A씨(36)는 8.2 부동산대책 발표를 보고 실의에 빠졌다. 서울 중소형 아파트에 청약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번 대책으로 당첨 확률이 매우 낮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결혼한 지 6년이 지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해당되지 않는 데다 무주택기간이 짧고 부양가족도 없다"며 "청약가점이 22점으로 낮아서 청약을 넣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민·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꾼을 잡겠다는 ‘8.2 부동산 대책’이 거꾸로 서민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책 시행으로 오는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민영주택의 전용 85㎡ 이하 분양 물량도 100% 가점제로 분양된다. 85㎡ 초과 물량은 가점제 적용 비율을 50%로 유지했다. 서울에서 분양되는 모든 신규 주택이 청약가점제로 배정돼 상대적으로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층의 당첨 확률이 희박해 졌다.

가점제란 민간분양 아파트 청약 때 1순위 안에서 경쟁이 있을 경우 무주택 기간(최고 32점), 부양가족수(최고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등을 합한 점수가 높은 사람을 당첨자로 선정하는 제도다. 무주택 기간 점수는 1년마다 2점씩 올라가게 되고 15년 이상이면 32점 만점을 받게 된다. 부양 가족수는 기본점수 5점에 1명이 증가할 때마다 5점이 가산되어 6명 이상이면 만점이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1년이 늘어날 때마다 1점씩 점수가 올라가 17년 이상인 경우 17점 만점이다.

자녀 한 명을 둔 맞벌이 직장인 B(34)씨는 청약통장을 만든 지 4년째다. 무주택자인 B씨의 청약 가점은 부양가족점수 10점, 무주택기간 점수 8점, 청약저축가입기간 점수 6점으로 청약가점은 24점이다. 서울 지역 당첨기준으로 알려진 60∼70점에 턱없이 부족한 점수다.

정부는 신혼부부 아파트 공급 확대와 생애최초,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에 관한 제도를 개선해 젊은층의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가점 비율이 100%이기 때문에 특별공급 물량으로 이들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가점이 낮은 젊은 실수요자들의 아파트 청약 기회가 줄어 들어 내집 마련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됐다”면서 “젊은 수요층은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미분양 물량이나 공공임대아파트를 통해 대체 전략을 세우거나 임차 거주 기간을 연장하며 무주택기간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3~4억 현금 가진 30대가 얼마나 되나요?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이 40%로 뚝 떨어져 자금여력이 부족한 젊은층이 주택을 매입하기도 어려워졌다.

연봉 2900만 원, 3400만 원을 받는 30대 맞벌이 부부는 합산 소득이 연 6300만 원이기 때문에 서민·실수요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 '비(非)서민·실수요자'가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집값의 60%를 대출 없이 조달해야 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6억5984만 원인데, LTV 40%를 제외한 60%는 3억9590만 원이다. 3억9590만 원은 평범한 30대 맞벌이 부부가 현금으로 보유하기는 어려운 금액이다.

서민의 조건을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 원으로 규정한 것은 최근 맞벌이 가구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기업정보업체 CEO스코어가 산출한 민간 대기업(334개 기업 기준) 1인 평균 연봉은 7400만 원으로, 정부가 설정한 서민·실수요자의 범위와 간극이 크다. 부부가 모두 대기업에 다니거나, 배우자 중 한 명이 대기업에 다니면 서민이나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수요'로 분류되는 셈이다.

노철오 은퇴부동산 연구소장은 "정부가 투기세력과 다주택자를 잡는 데 급급해 정작 실수요자들을 위한 보완책 마련에는 미비했다는 점이 아쉽다"면서 "주거 안정이 필요한 젊은 세대는 물론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위한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문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8.2 대책의 초점은 수요 규제로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데 있는데, 이런 방식은 물리적 신규 공급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공급량도 부족할 수 있다”며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측면의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우룡 동아닷컴 기자 wr101@donga.com·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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