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집값 12% 뛸때 거제는 17% 빠졌다

박재명 기자 , 강성휘 기자 , 강정훈 기자

입력 2018-11-14 03:00 수정 2018-11-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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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상승-동남권 하락’ 심화
올해 가격변동 최대 격차 29%P… 지역별 양극화 7년만에 최악


올해 국내 주택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7년 만에 가장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상승, 동남권 하락’ 현상이 3년째 계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권에는 현재 집값이 2년 전 전세금보다 낮은 ‘깡통 전세’가 등장하고 있다.

13일 동아일보가 한국감정원의 전국 203개 시군구 아파트값의 올해 변동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월 말 현재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방자치단체는 경기 과천시(11.78%)였다. 경남 거제시(―17.02%)는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두 곳의 아파트값 변동률 격차는 28.80%포인트로 2011년(44.19%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당시에는 과천시가 ―4.78%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경남 창원시 진해구(39.41%)가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과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의 격차는 점차 커지는 추세다. 2014년만 해도 집값 상승 1위인 대구 수성구(10.30%)와 하락 1위였던 전남 광양시(―4.46%)의 차이는 올해의 절반 정도(14.76%포인트)에 불과했다.

집값 양극화가 심해진 이유는 동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3∼2015년에는 전국에서 집값 하락폭이 가장 큰 시군구라도 평균 4%가량 떨어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6년과 지난해는 거제시와 창원시 성산구 아파트가 각각 10%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고, 올해는 거제시 아파트 가격이 10월까지 17.02% 떨어진 상태다. 조선업 등 지역산업 위축으로 주택 수요가 줄어든 데다 새 아파트 공급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남의 신규주택 입주물량은 2013∼2016년 연간 3만 채 안팎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만6000채로 늘었다.

2, 3년 사이에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깡통 전세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박모 씨(42)는 최근 전세 만기가 됐지만 보증금 1억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박 씨가 사는 J 아파트(전용 84m²) 매매가는 2년 전 1억4000만 원이었다가 지금은 전세금과 같은 1억 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집주인은 2년 전 집을 담보로 대출(3000만 원)까지 받았다. 박 씨는 경매 처분을 신청했지만 1순위 채권자인 박 씨의 보증금을 돌려주면 남는 돈이 없어 은행이 경매에 반대하고 있다.
 
▼ 경남선 집값이 전세금 밑도는 ‘깡통전세’ 속출 ▼

거제시 고현동 K 아파트는 올해 매매 실거래가가 1억∼1억1500만 원 정도지만 2년 전인 2016년 11월 전세보증금은 1억3500만 원 수준이었다. 당시 전세계약을 체결했던 아파트가 무더기 ‘깡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창원시 김해시 등에도 비슷한 단지가 적지 않게 있다.

경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곳이 있다. 충북의 올해 아파트 입주량은 2만3289채로 지난해(1만2411채)의 2배에 육박한다. 이 중 상당수는 청주시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청주시의 기존 아파트에선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나타나고 있다. 청주시 분평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공 3단지에만 전세매물이 50여 개 나와 있는데, 찾는 사람이 없다. 세입자를 찾는다 해도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집주인이 자기 돈 1000만∼2000만 원을 얹어줘야 한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일부 지방의 집값 하락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이 있던 상황과 비슷할 정도로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강성휘 / 거제=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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