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 +팔로우, 동아만의 쉽고 재미있는 부동산 콘텐츠!, 네이버 포스트에서 더 많이 받아보세요

같은 동네서도 상승률 들쑥날쑥… 논란 키우는 ‘깜깜이 공시가’

박재명 기자 , 조윤경 기자

입력 2019-01-09 03:00:00 수정 2019-01-09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싸이월드
  • 구글
울산북구-거제 표준주택 전수조사

지난해 집값이 11% 넘게 하락한 울산 북구가 올해 주택 공시가격은 오히려 3% 넘게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산가치가 하락했는데도 공시가격을 토대로 매기는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은 더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목표를 단기간에 달성하기 위해 과속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동아일보가 대표적 집값 하락 지역인 경남 거제시와 울산 북구의 표준단독주택 약 1500채를 전수 조사한 결과 울산 북구의 공시가격이 평균 3.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울산 북구의 전체 표준단독주택 408채 중 402채의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올랐거나 같았고, 떨어진 주택은 6채에 그쳤다.


○ 공시가 엇갈린 집값 하락 1, 2위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울산 북구는 지난해 주택종합가격이 11.06% 내려 거제시(―15.00%)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집값 하락 폭이 큰 지역이다. 두 지역이 모두 집값이 하락했지만 거제시는 공시가격이 평균 5.1% 하락한 반면에 울산 북구는 3.1% 오름에 따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집값이 내렸는데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각종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서민층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공시가격은 7일로 의견 청취가 끝나 25일 공식 발표된다.

두 지역 모두 자동차, 조선 등 지역을 뒷받침하는 산업이 침체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동반 부진에 빠진 상태다. 집값 하락세를 반영한 듯 거제시는 표준단독주택 1159채 가운데 92.1%인 1068채의 공시가격이 떨어졌다. 반면 울산 북구는 집값이 급락했는데도 총 408채 중 6채(1.5%)만 내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 기조가 집값 하락 지역에까지 부담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지가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한 감정평가사는 “공시가격 조정은 통상 집값 등락 폭과 실거래가 반영 비율(현실화율)을 놓고 결정하는데 올해는 후자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51.9%에 불과하다. 특히 울산은 48.7%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3번째로 낮았다. 공시가격을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맞추다 보니 집값이 떨어진 울산까지 공시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측은 “전체 주택 가격은 11% 떨어졌지만 울산 북구의 단독주택 가격은 올랐다”고 반박하면서도 등락 폭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독주택은 표본 수가 적어 통계 의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계적 의미가 작은 시세로 공시가격을 정하는 모순을 인정한 셈이다.


○ 더 논란 커지는 ‘깜깜이’ 공시가 산정

정부는 가격이 급등해 공시가격이 시세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고가주택 위주로 시세를 반영해 현실화율을 높인 것”이라며 “전체 표준단독주택의 95.3%를 차지하는 공시가격 5억 원 이하는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 북구 공시가격 전수조사 결과 저가주택의 공시가격 급등 현상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울산 북구 표준단독주택 408채 가운데 공시가격 상승률이 5번째로 높은 용바위1길의 한 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이 4520만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5090만 원으로 1년 만에 570만 원(12.6%) 올랐다.

같은 동네 안에서도 차이가 크다. 울산 북구 구유동의 9000만 원 주택은 공시가격이 900만 원(10.0%) 올랐지만 같은 동의 1억5200만 원 주택은 500만 원(3.3%)만 올랐다. 북구 산하동에서도 6억 원대 주택은 공시가격이 6.0% 오른 반면 3억 원대 주택은 20.8% 상승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마다 명확한 인상 근거를 밝히지 않는 상황이라 결국 조세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시장 안정’을 이유로 지역별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얼마인지 밝히지 않는다. 산정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쓰는지, 시세는 어떻게 책정하는지, 시세 반영률은 얼마인지 모두 비공개다. 소유주 의견 청취를 거친다고 해도 집주인으로서는 그해 자기 소유의 집 공시가격만 볼 수 있을 뿐 비교 대상이 없어 상승률이 적절한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공시가격 산정의 신뢰성을 개선하지 않은 채로 부자 과세와 집값 안정을 위해 공시가격을 급격하게 올리려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의 적정 가격 평가 및 조세 형평성이라는 공시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집값이나 조세 부담을 조절하는 등 특정 목적을 위해 기준을 흔들면 공시가격의 신뢰성만 떨어진다. 전체적인 방향과 균형을 유지하며 공시가격 현실화를 이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조윤경·주애진 기자

전문가 칼럼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