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더기 부정청약자 나와도 속수무책… 당첨취소 의무화해야

박재명 기자

입력 2018-08-17 03:00 수정 2018-08-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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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제도 개정 목소리 커져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국내 10대 건설사가 2015년 적발한 부정청약 124건 가운데 단 1건만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약제도 자체에 대한 개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수십 건의 불법청약이 적발되는 등 무더기 부정이 나와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정황이 드러났다.


○ 아파트 한 곳서만 부정청약자 31명 적발

16일 국토교통부의 ‘부정청약 당첨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미 경찰 수사가 종료된 2015, 2016년 부정청약자가 가장 많이 나온 아파트 단지는 울산 코아루파크베르였다. 이곳은 청약통장 불법거래, 위장전입 등의 이유로 2016년 한 해에만 31명의 부정청약자가 적발됐다.

그 다음으로 부정청약자가 많이 나온 단지는 경북 경산 펜타힐즈더샵이다. 이곳에선 2015년 18명이 적발돼, 전원이 국토부가 관리하는 ‘공급 질서 교란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경기 용인 수지휴엔하임(17건) △충남 서산 효성해링턴(15건) △울산 대명루첸(13건) △부산 대연롯데캐슬(13건) 등의 단지에서 한꺼번에 10건 넘는 부정청약이 적발됐다.

이 아파트 단지들은 공통적으로 청약 당시 주택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없었다. 이 때문에 청약 후 최대한 빨리 분양권을 팔고 나가려는 부정청약자들의 ‘집중공략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몇 명이 청약취소 처분을 받았는지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국토부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찰이 회사에 부정청약 여부를 통보했을 때 확인해 본 결과 부정청약자 모두가 하나같이 다른 사람에게 분양권을 매각한 상태”라며 “건설사 입장에서 추가로 청약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했다.


○ 국회 법개정도 지지부진

부정청약자들이 경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확정된 이후에도 별다른 처벌 없이 분양권을 팔고 빠져나갈 수 있는 데는 현행 주택법 규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주택법 제65조에는 ‘부정청약을 받으면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취소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다. ‘취소해야 한다’와 같은 의무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청약자들이 계약 취소 없이 분양권 프리미엄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구조다.

지난해 4월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정청약 공급계약 취소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결국 중도 폐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권 매수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날 것을 우려해 ‘좀 더 보완해 보자’는 쪽으로 국회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부정청약자의 계약을 취소하면 해당 분양권이나 주택을 산 사람의 소유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정청약자의 계약 취소 처분을 민간업체인 건설사업자에 맡겨놓은 현행 행정체계도 문제”라며 “이를 보완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현재 최고 3000만 원인 부정청약자에 대한 벌금을 대폭 상향 조정하거나, 분양권 매각 수익에 가산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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