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총수 잇단 구속… 지역사업 ‘주춤’

이준철

입력 2018-07-13 03:00 수정 2018-07-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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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대기업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던 지역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건설이 주력인 기업들의 지역 사업인 경우 지역 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던 지역민들은 적폐청산을 지지하면서도 오랜 염원이 담긴 숙원사업이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건설사는 회장의 구속 수사로 인해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주요 지역 사업들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해당 건설사가 지방 신도시 인근 거대 부지에 추진 중인 복합문화단지 조성 사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 사업 인허가 관련 서류가 기한을 넘기면서 실시계획인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해당 건설사는 사업 재추진 의사를 밝히며 실시계획인가를 재신청했지만 지자체와의 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한 다른 지역에 추진 중인 종합병원 건립 사업 역시 도시계획 사전심의가 연기되는 등 사업 초기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종합 의료 서비스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었던 지역민들에게 기대가 큰 사업이었던 만큼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감 역시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건설사의 이와 같은 지역 사업들은 회장이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지만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대기업 계열의 건설사 역시 그룹 총수가 법정 구속되면서 다양하게 추진 중이었던 지역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당 그룹은 한 지방의 관광지구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세부 실행 내용을 조율하지 못해 올해 초 지자체로부터 협상 취소를 통보받았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본계약이 임박한 시점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토지 매입 가격 제시, 기부채납 제외 등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며 이는 해당 그룹의 사업 포기를 위한 구실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인근 지역의 복합터미널 건설 사업 역시 해당 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비슷한 행태로 지난해 계약 체결이 무산된 바 있어 지역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그룹 총수의 구속으로 대형 사업에 대한 투자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보며 그룹 전체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은 물론 불매운동까지 거론됐다.

건설 사업과 뗄 수 없는 관계인 금융 기업의 위기도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동남권 지역 기반의 금융 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불안해진 지역 경제는 올해까지도 부진한 상황이다. 해당 금융 그룹은 산하에 총 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동남권 최대 금융 그룹으로, 지역 경제계에 대출 등의 자금조달 역할을 해왔다. 동남권 자본 시장의 심장 역할을 해오던 해당 그룹이 위축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영남권 건설사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민간 사업자들 역시 자금을 수혈받지 못해 대형 사업 진행을 꺼리는 상황이다.

위에서 제시한 사례들은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숙원 사업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의 투자와 사업 완료 시 지역 명소가 주는 다양한 파급효과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컸던 지역 사업들이다. 하지만 지역 사업을 주도하던 기업들의 최고 의사결정자가 장기화되는 수사와 수감에 발목을 잡히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같은 대형 지역 사업들은 차질이 생길 경우 사업자 재선정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데다, 최악의 상황으로 사업이 철회되면 해당 사업을 통해 기대했던 도시 정비, 일자리 창출, 경기 부양 등 지역 경제 활성화가 요원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각 지자체에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공론화된 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해 사업 기한 연장 등 유연한 대처를 보이면 기업 특혜 시비에 걸리고, 사업을 백지화할 경우 그에 따른 지역민들의 반발과 실망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사업들이 기약 없이 정체됨에 따라 들떠 있던 애꿎은 지역민들만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적폐청산을 통한 경제 구조 개혁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지역 경제가 위축될 경우 장기적인 국가 경제 성장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추진 중인 지역 사업들이 지방분권화 시대에 맞춰 지역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 역시 이번 기회에 오너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던 의사결정 체계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기업은 지역 사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지자체 및 지역민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철 기자 songb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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