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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청년에게 임대하는데 청년주택?

정혜연 기자

입력 2018-04-15 07:19:00 수정 2018-04-15 07: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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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3가 ‘역세권 2030 청년주택’…시행자에 특혜 논란

충정로3가 역세권. [사진=홍중식 기자]
서울에 살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 대학에 입학해 막 상경한 이들에게 서울 집값은 철옹성처럼 보인다. 전세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형편일지라도 사람 살 만한 33㎡(약 10평) 남짓한 원룸 월세는 구하고 싶은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서울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이고 카드키 구조로 보안이 갖춰진 신축 빌라 원룸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60만 원이 기본이다.

청년 주거 위해 탄생했다는데


서울시는 청년들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청년주택 건설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18일 ‘서울특별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지원에 관한 조례’(청년주택 조례)가 만들어졌다. 제1조에 따르면 이 조례는 ‘대중교통중심 지역의 효율적인 개발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 촉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청년주택 조례에 따라 지어지는 청년임대주택을 통칭해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라 부른다.

충정로3가 역세권 2030 청년주택 공사 현장 가림막에 붙은 알림판. [사진=홍중식 기자]
기존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이곳은 몇 가지 조건이 붙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사업 대상지가 대중교통중심 역세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철도와 도시철도(예정지 포함) 2개 이상 교차 역세권, 버스전용차로가 있는 역세권, 폭 25m 이상 도로에 위치한 역 승강장 경계로부터 250m 이내 지역이어야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다. 또 도시관리계획상으로는 주거지역 가운데 전용주거지역과 제1종 일반주거지역을 제외한 곳이어야 하며, 사업 대상지 규모는 용도지역 변경 시 상업지역 1000㎡ 이상, 준주거지역 500㎡ 이상이어야 한다.

집값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것이 교통 편의성이다. 부동산공인중개소에서도 임대 혹은 매매 물건을 내놓을 때 ‘지하철 도보 5분’ ‘버스정류장 도보 10분’ 등을 필수적으로 명시한다. 그만큼 집값을 좌우하는 가치라는 뜻이다. 따라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 대상지의 선정 요건만 봐도 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서울시는 이런 입지의 땅을 가진 사업자들에게 임대주택을 짓게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조례를 통해 이를 명시했다. 청년주택 조례 제7조 사업계획의 수립에는 ‘서울시장은 청년주택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공공기여율, 건축계획 등 사업계획의 수립 기준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후 서울시 주택정책과는 세부적으로 ‘청년주택 사업자 지원 사항’을 마련했다. 완화 사항을 살펴보면 용도지역 변경 및 용적률 상향, 용도용적제 배제, 준공업지역 기준 완화, 주차 대수 산정 기준 완화, 노후 건축물 기준 완화, 사업 절차 간소화, 정북방향 높이 제한 적용 제외 등이다. 또 건축에 필요한 건설자금 이자차액 가운데 1.5%를 서울시에서 9~12년 상환 조건으로 지원하고, 10년 임대 시 그 기간 중 발생한 소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해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표 참조).

출처ㅣ서울특별시 주택정책과
최초로 승인된 사업 대상지는 총 3곳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서울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2·6호선 합정역, 2·5호선 충정로역 등 역세권 3곳에 청년주택 2588가구에 대한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또 3월까지 신논현역, 우장산역, 광흥창역, 등촌역 등 총 20여 개 사업 대상지가 추가로 인가됐다.

준주거지역 용도 변경으로 사업자 혜택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은 실질적으로 청년에게 도움이 될까. 충정로3가에 공공임대 49가구, 기업형임대 450가구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청년주택은 의문을 갖게 만든다. 지난해 4월 6일 서울시에서 내놓은 ‘서울특별고시 제2017-117호’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돼 있고, 시행자는 ㈜원석디앤씨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 자료에 따르면 원석디앤씨는 2011년 2월 25일 설립된 중소기업으로, 체인화 편의점 사업과 주택 건설 및 신축 판매, 주택 임대, 부동산 관리, 골동품 소매 사업 등을 진행하며 자본금은 3억 원, 매출액은 1억9500만 원, 사원 수는 4명이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 들어설 예정인 5412.3㎡ 규모의 토지는 KAC한국예술원 땅을 포함한 그 일대다. 소유주는 원석디앤씨, 제12·13·15·16대 4선 국회의원이자 현 경주대 이사이기도 한 김일윤 KAC한국예술원 이사장, 김재홍 서라벌대 총장과 김범조 씨다. 원석디앤씨 대표는 김지우로 김일윤 이사장의 장녀이고 김재홍 총장은 장남, 김범조 씨는 차남 등 사업 대상지가 모두 김일윤 일가의 소유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소 대표에 따르면 이들은 2000년대 초반 3.3㎡당 400만~700만 원일 때부터 이 일대 필지를 하나씩 사들였다고 한다. 충정로 일대는 2009년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부동산공인중개소 대표는 “6년 전 충정로 일대 토지감정평가를 받았을 때 3.3㎡당 3000만 원이 나왔다. 지금은 그보다 더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주택 사업 대지도 현 시세로 따지면 500억 원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이 땅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었다. 일반주거지역은 제1~3종으로 나뉘는데 제1종은 저층주택 중심 지역으로 용적률 150%와 4층 이하, 제2종은 중층주택 중심 지역으로 용적률 150% 이상 250% 이하와 7층 이상 12층 이하로 제한된다. 제3종은 도시기반시설이 정비돼 토지의 고도 이용이 가능한 중·고층주택 중심 지역으로 용적률 200% 이상 300% 이하며 층수 제한은 없다. 그런데 제3종에 속했던 이곳은 청년주택 사업자 지원에 따라 준주거지역(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완충 기능이 요구되는 지역)으로 용도 변경됐고 기본 용적률도 400% 이하로 증대됐다.

건축 관련 전문가들은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고도 까다로운 부분이 바로 토지 형질과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일례로 농지를 대지로 바꿀 경우 개발할 수 있는 범위와 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땅값이 바로 상승한다. 한 전문가는 “토지 형질 및 용도 변경만 잘해도 땅값의 단위가 달라진다. 특히 용도 변경은 도시관리계획 변경권자인 시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더욱 까다롭지만 일단 되기만 하면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토지개발 사업에서 토지 용도 변경은 사업자의 개발 이익과 직결된 사안이다.

서울시는 청년주택 조례를 만들어 서울시장 직권으로 토지 용도 변경을 허가했다. 바로 맞은편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청년주택 사업 대상지 뒤편도 모두 일반주거지역인데 유독 해당 토지만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을 해준 것이다. 이 때문에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소들은 청년주택의 땅값이 3.3㎡당 1000만 원씩은 더 올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서울시가 충정로 일대의 청년주택 사업 대상지만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준 것은 과도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전체 499가구 중 49가구만 ‘진짜 청년주택’


2030 청년주택 완공 이후 조감도.
서울시는 이에 반박했다. 이 정도 특혜가 없으면 역세권에 청년주택을 지으려는 사업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한근 서울시 임대주택과 역세권사업팀 주무관은 “역세권 땅에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임대주택을 짓게 하려면 그 정도 지원은 해야 한다. 또 토지 용도 변경과 용적률 상향에 따른 비율만큼 공공임대주택 49가구와 지하 2층의 문화집회시설, 공공청사를 기부채납 받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기부채납 받았다는 공공임대주택은 총 499가구 가운데 49가구로 전체의 9.8%에 불과하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상한 300%에서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 400%로 변경된 것은 100%p 증가한 것으로, 비율로 따지면 33.3%의 용적률이 더 상향된 셈이다. 그렇다면 공공임대주택은 더 늘어나야 맞다. 한강로2가 청년주택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30%, 서교동 청년주택이 18%인 것과 비교하면 적은 분량이다.

나머지 450가구는 기업형임대주택으로 민간에서 맡아 운영하는 임대주택이다. 청년주택 조례 제16조를 보면 청년주택 가운데 민간임대주택의 임대 의무기간, 양도, 임대료 상승률, 임대차계약의 해제·해지 등 관련 사항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정한 바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특별법 제44조는 ‘민간임대주택의 최초 임대료(임대보증금과 월임대료 포함)는 임대사업자가 정한다’고 돼 있다. 지난해 5월 청년주택 사업 시행자인 원석디앤씨는 롯데자산개발을 운영 사업자로 정하고 준공 후 8년간 임대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450가구의 임대료는 임대운영 사업자로 선정된 롯데자산개발이 정한다. 물론 기업형임대주택의 경우 임대료 상승률이 연 5% 이하로 제한돼 있고 임대료도 주변 시세 대비 90%까지만 책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전체 가구수의 90%가 주변 시세 대비 90%의 임대료를 내는 주택을 과연 청년주택이라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청년주택 임대기간이 8년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설립 초기 단계 때부터 있었다. 서울시가 청년주택의 임대 의무기간을 8년으로 규정했으며, 이후 민간임대분을 민간에 분양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사업자가 임대를 10년까지 연장할 가능성은 있다. 서울시가 10년 임대 시 그 기간 중 발생한 소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해주고 양도, 즉 분양 시에도 양도소득세를 70%까지 공제해준다는 조세 감면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대부분 이러한 각종 조세 감면 혜택을 받고자 10년까지만 임대사업을 할 공산이 크다. 반면 임차인은 운 좋게 10년 동안 거주했다 해도 이후에는 짐을 싸야 한다.

이 경우 준공하고 10년 뒤 사업자는 양도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고 분양에 따른 차익을 고스란히 다 가져갈 수 있다. 한국감정원이 1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은 3.6%에 이르렀다. 물론 등락폭이 매년 달라지기는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향후 10년 동안 주택가격 상승률을 추정해보면 30% 이상 오를 수도 있다. 그 차익의 70%는 사업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특혜를 종합해보면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은 청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민간임대주택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서울시는 사업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한근 주무관은 “청년주택 사업 초기 단계에 신청 사업자가 수십 군데에 달했다. 하지만 8년 의무임대 조건을 놓고 계산해본 뒤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신청을 포기한 사업자도 많다. 8년 후 민간분양을 그리 좋은 조건이라고 보지 않은 것이다. 사실 역세권은 민간임대나 민간분양을 하면 더 많은 수익이 나는 곳이라 시에서 주관하는 사업에 특혜를 준다고 무조건 참가할 리는 만무하다”고 답변했다.

과도한 특혜, 공공토지에 서울시가 공급해야


전문가들 또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으로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일정 부분 있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용도 변경, 저금리 대출, 8년 뒤 민간분양, 10년 뒤 양도세 면제 등 사업자에게 상당한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민간임대 사업인 ‘뉴스테이’도 건설업자의 배만 불리는 사업이라고 평가받는데 이와 유사한 경우다. 과거 여러 시민단체는 민간임대 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정부에서 서민과 청년세대를 위한 임대주택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사업을 진행하게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주와 건설사 이익만 챙겨주는 꼴이라는 주장인데, 일정 부분 맞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에 과도한 특혜가 돌아간다고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넋 놓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 하지만 더 좋은 대안은 없는지 서울시가 심층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고 원장은 “서울시는 역세권에 땅도 없고 예산도 없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사업이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다. 일부 순기능이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공공임대 물량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정말 공공임대 의지가 있다면 사유지를 매입해 고밀도 임대주택을 짓는다든지, 한강변 유휴 토지 등을 활용해 소형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등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비슷한 시각을 드러냈다. 공공성과 개발 이익을 두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이를 균형 있게 해결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가는 특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면 이를 주관하는 서울시에서는 특혜를 상쇄하고 공공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가령 공공자금을 투여해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늘리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공공의 미흡성을 민간에 특혜를 줘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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