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부동산]‘이것’ 유행하자…월세 시장 ‘주춤’

주애진기자

입력 2018-03-12 17:17 수정 2018-03-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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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한때 전세를 밀어내고 주택 임대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는 듯 했던 월세가 최근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규 입주 아파트가 늘어난 데다 소위 ‘갭 투자’가 증가하면서 전세 물량에 여유가 생긴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세입자들이 전셋집 찾기가 수월해진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월세를 대신할 다른 투자처가 늘고 있는 것도 월세 감소의 이유다.


● 신규 입주, 갭 투자 물량 동시 증가

월세시장이 위축되는 이유는 안정된 전세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 주간 변동률이 3년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뒤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인근 신도시의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서울의 전세 수요는 감소한 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가 유행해 전세 공급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금이 내리면서 세입자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먼저 찾는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G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전세가 잘 안 나가면서 전세금을 일부 내려서 내놓은 집주인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 싸지면서 집을 구하러 온 세입자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먼저 찾는다”고 말했다.

가속화하던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 전월세 거래량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하락세로 전환했다. 2014년 38.8%였던 월세 비중은 2016년 43.3%로 늘었지만 지난해 42.5%로 내려앉았다.


● 월세 수익의 매력도 줄어


집주인 입장에서도 월세의 매력이 줄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월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집계한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연 4.0%였다. 지난해 3월 4.1%로 떨어진지 10개월 만에 다시 하락한 것이다. 서울 전체 주택의 1월 전월세 전환율도 5.3%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저치다. 서울 전체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5.3%에 머물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이율이다. 전환율이 4%일 때 전세금 1억 원 중 9000만 원을 월세로 돌린다면 보증금 1000만 원에 매달 월세로 약 29만7000원을 받게 된다.

전환율은 임대인 입장에서는 주택의 연간 수익률과 같다. 이 수치가 줄어든다는 것은 집을 세 놓았을 때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세입자에게는 전세 대비 월세 부담이 작아졌다는 뜻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데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집주인들로선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데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 금리가 낮을 때는 월세를 놓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세를 대신할 다른 투자 상품의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재테크 측면에서 월세가 과거보다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활황을 보였던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각각 21.8%, 26.4%였다.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도 올 1월 기준 2.47%까지 올랐다.

월세를 놓는 집주인들은 대개 임대수익은 물론 시세 차익까지 노리지만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분위기여서 주택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1, 2년간 월세보다 전세가 많은 ‘반짝 전세 부활’ 시대가 될 것”이라며 “노후 대비 임대소득을 노리고 투자하려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서울 내에서도 도심역세권 등 입지가 뛰어난 곳이 아니라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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