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전세 구하기, 취업만큼 힘들어요”

강성휘기자

입력 2017-08-22 03:00 수정 2017-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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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룸 밀집지역 가보니

“전세방 찾기가 취업만큼 힘드네요.”

인천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윤예섭 씨(27)는 3개월째 직장 근처에 전세방을 구하고 있지만 원하는 매물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그동안 거의 매일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을 뒤지고 주말마다 동작, 성동, 영등포구 등의 공인중개사사무소들을 헤매 다녔지만 지금까지 본 매물은 10곳도 안 된다. 이마저도 담보대출액이 많거나 심하게 낡은 경우가 대부분. 윤 씨는 “몇 년 전 대학생이던 때보다 원룸 전세 구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며 한숨을 내쉬웠다.

서울 지역의 1인 가구 청년들이 어느 때보다 힘든 원룸 전세난을 겪고 있다. 월세 부담에 전세를 선호하는 청년이 늘고 있지만 원룸 전세는 거의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전세가 아니라 금(金)세”라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인중개사업계 관계자들도 “원룸 전세는 씨가 말라버렸다”고 입을 모았다. 동작구의 김문영 숭실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5년 전만 해도 임대 물건 10개 중 전세 매물이 4, 5개는 됐지만 지금은 100개 중 5개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동산중개 앱 ‘다방’에 올라온 임대 물건 가운데 전세는 8.8%에 불과했다. ‘다방’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업체 ‘스테이션3’의 박성민 사업본부장은 “보증금이 큰 오피스텔이나 투룸, 스리룸을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순수 원룸만 계산한다면 실제 비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구의 이동섭 대호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인터넷이나 부동산 앱에 따로 올리지 않아도, (매물이) 나오는 즉시 나간다”고 말했다. 일부 2030세대 직장인들은 최근 주말마다 공인중개업소를 찾아다니며 “전세가 나오면 바로 연락해 달라”며 명함을 돌리고 다닌다. 마포구 합정동의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나오면, 방을 보지도 않고 가계약금부터 보내오는 사람도 많다”고 귀띔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낮은 원룸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최근 1인 가구도 꾸준히 늘어난 복합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서울시 1인 가구는 2013년 93만2385가구에서 2017년 7월 말 현재 102만9417가구로 빠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서울 관악구의 신종호 대호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를 원하는 세입자와 월세를 원하는 임대인 간 이해 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 부담을 낮추겠다며 내놓았던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한 전세 매물’은 거의 멸종 수준. 주택도시기금을 이용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등기부등본상 건물 용도가 주택이 아니면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상가 건물 등을 리모델링한 원룸에 입주할 경우엔 관련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 LH전세자금대출의 경우엔 LH와 집주인이 직접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꺼리는 집주인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임대사업자는 “마치 LH에 면접시험을 보는 기분이고, 임대 소득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전세로 전환했을 경우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동시에 전세자금대출 지원 대상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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