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야, 에어컨 온도 25도로”… 아파트가 말귀를 알아듣네

신동진기자

입력 2017-07-17 03:00 수정 2017-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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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8월 세계 최초 선보이는 ‘부산 영도 인공지능 아파트’ 가보니

“지니야, 에어컨 온도 25도로 맞춰줘.”

푹푹 찌는 날씨에 축 늘어진 몸. 리모컨 들 힘도 없을 때 목소리로 에어컨을 켠다. 시원한 바람을 쐴 겨를도 잠시, 이번엔 전기료 누진세 걱정이 앞선다. 다시 지니를 불러 “우리 집 에너지 얼마나 썼어?” 하고 묻는다. TV 화면에 현재까지의 전기·수도·가스 사용량이 이달 예상되는 사용량과 함께 떠오른다. 지난달 사용량은 물론이고 이웃들의 평균 사용량도 함께 비교해준다.

14일 부산 영도구에 있는 롯데캐슬 기가지니 아파트(8월 입주 예정)에서 모델들이 음성으로 불러낸 에너지 사용량, 방문자 이력 등 집 상태를 TV화면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KT제공
‘말하는 대로 실행하고, 보여주는’ 인공지능(AI) 아파트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다음 달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가 AI 서비스인 기가지니와 홈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AI 아파트를 선보이며 스마트홈 경쟁에 불을 붙였다.

14일 찾은 부산 영도구 롯데캐슬 아파트는 막바지 조경 작업이 한창이었다. 8월 입주를 앞둔 이곳 아파트 381채에는 KT의 AI 기술이 시범 적용됐다. 1월 말 출시된 AI 스피커 기가지니가 6개월 만에 홈 IoT와 접목돼 아파트 단지와 결합한 서비스로 진화했다.

스마트폰 볼 겨를도 없는 출근시간, 말로 엘리베이터를 집 앞에 대기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카카오택시를 불러 기다리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외출 후 “우리 집 상태 보여줘”라고 하면 부재 중 도착한 택배, 최근 집 앞을 다녀간 방문객 사진과 이력 등이 TV 화면에 나온다. 공기청정기와 로봇청소기 등의 가전도 말 한마디로 작동시킬 수 있고, 관리비와 소독 신청 등 깜박 놓친 아파트 공고도 보여준다. 방범모드를 켜면 외부 침입시도가 있을 때 다급한 목소리로 “도둑이 들었습니다”라는 소리가 나온다.

기가지니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음성 구동’과 ‘TV 연동’(시각화)이다. 기존 스마트홈 서비스로도 월 패드(벽면에 부착된 모니터)나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었지만 애플리케이션(앱)을 일일이 켜거나 일어서서 월패드를 조작해야 했다. 김근영 KT 홈IoT사업담당 상무는 “기존 홈 IoT 앱은 사용빈도가 낮았지만 음성인식 환경으로 사용이 늘면 빅데이터 분석과 패턴 파악이 가능해져서 딥러닝 기반의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아파트 시대가 막을 열면서 스마트홈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이 사회관계나 업무 형태 등 ‘집 밖의 환경’을 주로 바꿨다면 스마트홈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도 편리하게 ‘집안’을 제어할 수 있다.

KT는 올해 기가지니 아파트 5만 채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20만 채의 아파트에 홈 IoT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기가지니가 지역별 억양뿐만 아니라 “전등 켜줘” 대신 “켜도”라는 사투리도 알아듣게 만들었다. 현재는 ‘온도 내려줘’ 식의 명령어만 인식하지만 하반기(7∼12월)에는 ‘더워’라고 하면 지니가 ‘에어컨 켜 드릴까요?’라고 추천하는 대화형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엄마, 아빠, 자녀 등 개인별 목소리를 알아듣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현재 이통사별로 IoT가 가능한 검침기나 플러그 같은 단말기 판매에 치중하는 등 아직 홈 IoT 사업 모델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홈 IoT가 돈이 안 되는 ‘계륵’이지만 스마트홈 허브를 누가 장악할지 생태계 선점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전사나 건설사와의 제휴로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을 늘릴 수 있고 지니뮤직이나 올레TV 등 각종 서비스 연계를 통한 가입자 확대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산=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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