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집값 안정화 ‘딜레마’…규제 강화 카드 ‘관건’

뉴시스

입력 2017-05-18 08:27:00 수정 2017-05-18 08: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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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절에 강력한 규제로 집값이 떨어지고 하우스푸어가 속출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심하게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도 규제 카드를 쉽게 꺼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정부의 한 관계자)

문재인 대통령이 서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집값도 안정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서울시 평균 아파트값은 6억원에 달하고, 강북도 4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전셋값 역시 평균 4억2500만원 수준이라 서민이 감당하긴 너무 높은 수준이다.

서민 주거비용 상승을 막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부동산 규제로 집값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과도한 규제는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고, 오히려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새 정부 역시 규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1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역시 과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이번 대선에서 2012년 대선 공약에 비해 상당히 후퇴한 공약을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민간 아파트 후분양제 의무실시,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임대소득 과세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강력한 규제 정책 등은 이번 공약에서 축소되거나 대거 빠졌다.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브레인’으로 알려진 김수현 세종대 교수가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오면서 보유세 등 규제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쳤다.

실제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꼽히는 ‘8·31 부동산 대책’을 설계한 주역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집값을 제어하다 실패하면서 여론과 서민의 비난을 받은 만큼 이번 정부에서는 규제 카드를 꺼내는 데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김 수석이 만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약에 후분양제 의무화나 분양가 상한제 등이 빠진 것을 보면 김 수석의 고민이 느껴진다”면서 “실제 부유세 도입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기에는 많이 위축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섣불리 규제하기 전 시장·경제 상황 고려해야

이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강력한 규제로 집값을 떨어뜨리기보다는 임대주택을 늘리고 전·월세 제도를 개편해 주택 시장을 자연스레 임대시장으로 전환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김 수석은 지난 14일 청와대 사회수석에 임명된 직후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의 끝에서 저성장의 길로 들어가는 진통을 겪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의 급락 내지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내놓은 11·3 대책으로 분양 시장의 과열이 많이 안정됐고, 초과이익환수제의 영향으로 강남 재건축 단지도 일부 상승세가 꺾였다.

내년부터 금리 인상과 경제 침체, 인구 고령화, 입주 물량 폭탄 등이 겹치면 현재 주택 시장 역시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경우 수요층이 탄탄해 하락 폭이 작을 수도 있지만, 지방의 경우 올 초부터 미분양이 늘어나고, 집값도 떨어져 내년부터는 주택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서울 부동산 시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올해 말부터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에는 하락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야기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역시 시장 상황을 외면한 채 갑작스럽게 보유세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어느 정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하고 국내 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한 이후에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급한 보유세 인상은 주택 수요를 떨어뜨리고 주택 경기 하락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보유세가 OECD 평균에 비해 낮지만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는 높은 만큼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임대 시장으로의 전환 앞당길 듯

반면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주택에 대한 정책은 단계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임대료 상한을 만들고 집주인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임대 기간을 안정화하는 등의 방식이 유력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의 경우 집주인이 미리 전셋값을 올리는 등의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면서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수요는 적고 공급이 많은 지방부터 일부 시행한 뒤 점차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주택을 다수 보유한 사람의 경우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집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게 하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해 집주인의 임대소득을 투명하게 하는 방식 등도 거론된다.

한편 후분양제 의무화, 분양가 상한제, 주거취약계층 복지확대, 민간임대시장 규제 등을 도입해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개편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현재 유동자금이 갈 수 있는 곳은 부동산 시장이 유일하므로 강제적인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줄이고 투기를 근절하지 않으면 서민 주거가 안정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서민들의 경우 집값은 안정화하기를 바라지만 내가 거주하는 집은 가격이 오르길 바라는 이중적인 욕망이 있어 정부가 정책을 도입하기 쉽지 않다”면서 “그동안 서민도 집에 투자해 부를 축적했지만, 앞으로는 집이 투자 대상이 아니라 주거 대상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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