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에어컨 마음놓고 쓰셨나요?…여전한 ‘전기료 공포’

뉴시스

입력 2017-08-12 15:10:00 수정 2017-08-12 15: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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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전기료 체계, 사용 구간 따라 금액 폭증 누진제 방식
구간 개편됐지만 “여전히 전기료 무서워 에어컨 못 튼다”
“가정만 부담 가중 부당”…집단소송에 최근 위헌 제기까지
“국민 반발 무마 위해 표면적으로만 요금 규정 손봐” 비판



아직도 연일 수은주가 33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 냉방기기 없이 지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기료 폭탄’을 맞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에어컨 전원을 켜는 대신 더위를 참는 시민들이 많다. 현행 가정용 전기료 체계는 사용 구간에 따라 금액이 급등하는 누진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지혜(31·여)씨는 “날씨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더워 집에서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고 있다”며 “시원하게 지내고 있어 좋기는 한데 나중에 전기료가 얼마나 나올지 몰라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악구에 사는 1인 가구 김수경(24·여)씨도 “더위를 많이 타기도 하고 지난해보다 날이 덥게 느껴져서 에어컨을 끼고 산다”며 “보통 봄이나 가을보다 요금이 몇 배 많이 나온다. 이번 달엔 얼마나 나올지 몰라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여름철 냉방비에 가정 전기료 부담↑…누진 구간 완화됐지만 “여전히 부담”


실제로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부터 절정에 이르는 8월까지 통상 가정의 전기료 부담은 급증한다. 그 주된 요인으로 가정용 전기료에 적용되는 누진제가 지목된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 적용된 누진제는 일정량 이상을 사용하게 되면 비용이 급증하는 기하급수 형태를 띠고 있다. 산업용, 일반용을 제외한 주택용 전기 사용분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서민층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반주택이 아파트보다 높은 누진율을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가정에서 거둬들인 전기료 수입은 5607억8700만원이었으나 날이 더워지기 시작한 6월에는 5897억8700만원으로 늘었다. 같은해 7월에는 6711억8000만원, 8월에는 1조1149억2400만원까지 폭증했다.

올해 또한 가정에서 지출한 전기료는 5월 4950억3000만원에서 6월 5123억2200만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폭염특보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7월과 8월에 전기 사용량이 더욱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각 가정의 전기료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6월 평균전력 수급량은 6만7071MW(메가와트)였다. 그런데 7월 7만5837MW, 8월1~7일에는 평균 7만4872MW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전은 누진제에 관한 시민 불만, 형평성 논란 등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지난해 누진 구간을 전체 6구간에서 3구간으로 감축하는 쪽으로 전기료 누진 체계를 바꿨다. 누진 체계 개편으로 소비자에게 약 1조3000억원의 혜택이 돌아간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를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50)씨는 “여름에 에어컨을 안 쓰고 지내기가 어려운데 누진제 때문에 전기 요금 부담이 상당하다”며 “3단계로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음 놓고 쓰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김경자(57·여)씨는 “누진제가 바뀌어서 돈이 덜 나간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비싸게 느껴져 에어컨을 틀기가 어렵다”며 “갑자기 요금이 늘어나는 구조는 그대로 아닌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했다.

◇누진제에 뿔난 시민들 ‘법적 다툼’…위헌법률심판도 제기

누진제로 요금폭탄을 맞은 시민들이 제기한 법적 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누진제가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전기 사용량이 적은 일반 가계에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고 있고 소득과 전기 사용량이 비례하지 않게 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진제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대체로 시민이 아닌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한전을 상대로 시민들이 집단으로 제기한 누진제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모두 12건이다. 1심이 선고된 소송 7건 가운데 시민 측이 승소한 경우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누진 구간이나 누진율의 범위, 한도를 뚜렷하게 규정한 관계 법령이 없으며 누진제 관련 약관이 법규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이 누진제를 긍정한 주된 이유다.
법원은 누진제 관련 약관이 인가될 때 기준이 된 전기료 총괄원가의 산정 방식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들이 부당하다는 점을 입증하지도 못해 현행 누진 체계를 문제삼기 어렵다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1심 법원 사이에서도 판결이 엇갈리는 등 해석에 관한 다른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유일하게 승소 판결을 내린 인천지법은 공공재 성격인 전기를 한전이 독점 판매해 개별적인 협상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산업 대비 전기 사용량이 적은 주택에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형태로 구성됐기 때문에 누진제가 불합리하다고 봤다.

전기료 누진 체계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 대한 위헌성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지난달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현행 법규가 전기요금에 관한 실질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위헌 요소가 있다고 판단, 전기료 산정을 한전 주도의 약관에 의하도록 규정한 전기사업법 제16조8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누진제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곽상언(46) 변호사는 “누진제를 규정한 약관이 공정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라며 “누진 체계가 불공정하다면 일부 완화됐다고 해서 공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곽 변호사는 “구간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누진 체계도 여전히 불공정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국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표면적으로 요금 규정을 손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누진제에 대한 위헌 여부 논의와는 별개로 과거부터 지속된 체계의 불공정함도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소비가 많을수록 비용 부담이 커져야 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산업체라는 이유로 당연히 깎아줘야 한다는 등의 인식이 문제”라며 “우리 사회에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적정 전기량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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