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경제]대기업-스타트업 함께 성장하는 개방형 혁신…“대기업 지원 덕에 창업”

김성규기자

입력 2018-04-17 18:50 수정 2018-04-1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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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2018 동아이코노미서밋: 다함께 꿈꾸는 혁신성장’에 참석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일제히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기업 성장에서 생태계가 중요한 경쟁력인만큼 대기업이 스타트업 성장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절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대기업에서 독립했거나 투자 및 협업을 진행한 솔티드벤처, 마인즈랩, 리얼리티리플렉션, 링크플로우 등 4개 스타트업 대표들이 각사의 성장 과정에 대해 발표했다.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으로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업체 솔티드벤처를 창업한 조형진 대표는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Lab(Creative Lab)에서 창업을 준비했다. 그는 “삼성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직업에 대한 프레임을 전환할 수 있었다”며 “창업에 실패해도 회사에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과연 선뜻 창업에 나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후원으로 위기를 넘겨 성장세를 이어간 기업도 있다. SK텔레콤 투자를 받은 리얼리티리플렉션이 대표적이다. 가상현실(VR)용으로 쓰이는 매우 사실적인 인물 캐릭터를 만드는 이 회사는 아시아 최대의 3차원(3D) 스캐닝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기술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VR 시장이 생각보다 커지지 않아 생존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미래 사업 분야에서 협업 분야가 많을 것으로 판단한 SK텔레콤이 투자를 했고 기술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제시했다. 바로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스피커의 미래형 모델에 홀로그램 캐릭터를 적용하는 것. SK텔레콤은 리얼리티리플렉션의 실사 캐릭터를 활용해 홀로그램 캐릭터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시제품을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함께 출품하면서 이 회사는 신규 사업모델을 만든 동시에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도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손우람 대표는 “SK텔레콤의 투자금 덕분에 우리는 앞만 보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 덕분에 위기를 겪기도 하고 기회를 잡기도 한 스타트업도 있었다. 기업용 AI플랫폼을 공급하는 마인즈랩 유태준 대표는 “사업 초기 기술에 관심을 보인 한 식품회사에 관련 기술을 2시간 넘게 브리핑했는데, 나중에 따로 인력을 동원해 우리의 기술과 비슷한 것을 만든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기술탈취 사례였다.

동시에 이 회사는 LG유플러스와 고객 응대 및 AI 스피커용 콘텐츠 개발 분야에서 협력하고 하나은행과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사업을 빠르게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유 대표는 “우리 기술을 베꼈던 회사처럼 필요한 기술을 자체 개발하려하기보다 저희 같은 전문 기업의 기술을 구입해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웨어러블 360도 카메라를 개발하는 링크플로우는 롯데그룹과 꾸준한 협력을 이어가며 대기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김용국 링크플로우 대표는 “처음에는 제품 유통 정도만 도움받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롯데 계열사와 협력 분야가 점차 늘어나 투자, 제조, 유통, 수출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롯데하이마트를 통해 제품을 유통하고 캐논코리아를 통해 제품 제조를, 롯데첨단소재를 통해 소재 공급을 도움받았다. 또 롯데상사 도움으로 해외 박람회 등에도 나가 일본과 필리핀 등 수출에도 성공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대기업이 네트워크를 통한 투자다. 링크플로우는 처음 삼성전자로부터 5억 원, 롯데액셀러레이터로부터 5억 원을 투자받은 이후 올해 롯데에서 추가로 2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링크플로우를 주목해 글로벌 IT 업체에 회사를 소개해줬고, 추가로 이들로부터 1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게 됐다. 서울 강남 한복판인 선릉역에 있는 사무실 공간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스타트업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됐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어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글로벌 사업본부장의 특강과 패널들의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이 본부장은 ‘콘텐츠 비즈니스에 기반한 글로벌 진출 전략과 혁신성장’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본부장은 글로벌 인기 캐릭터가 된 ‘핑크퐁’과 모바일 게임 ‘몬스터슈퍼리그’를 만든 스마트스터디의 공동 창업자다. 이 본부장은 “콘텐츠 비즈니스는 자발성과 창의에 기초하며, 이를 위한 조직문화가 필수적”이라며 스마트스터디가 글로벌을 지향하게 된 계기와 발전 방향을 소개했다.

종합토론 시간에는 윤성원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의 사회로 김도현 국민대 경영대 교수와 석종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유 대표, 이진성 롯데 액셀러레이터 대표가 참여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인수합병을 통해 혁신을 흡수할 수 있어야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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