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밀 - 대박나 양배추… “토종 씨앗 지켜라”
곽도영기자
입력 2017-02-23 03:00 수정 2017-02-23 03:00
식품업계, 국산 종자 마케팅
‘앉은뱅이 밀, 대박나 양배추, CJ행복한1호 콩.’
친숙한 한글 이름이 붙은 이 농산물들은 이른바 ‘한국 국적 품종’이다. 종자(種子) 약소국인 한국에서 토종 종자나 국내에서 새로 개발한 종자로 재배한 품종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하면서부터 외국산 종자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내기 시작했다. 소비자 입맛이 다양해지고 채소·과일류 섭취량이 늘어나면서 로열티 부담은 점점 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한국이 낸 종자 로열티는 1449억 원이지만 벌어들인 로열티는 13억 원에 불과했다.
식품업계 대기업들은 종자권을 지킨다는 점을 강조한 ‘토종 마케팅’과 종자 연구개발(R&D)에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상품화까지 최소 3∼5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치열한 마케팅 싸움에서 ‘씨앗부터’ 차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경쟁사에 비해 소비자에게 ‘토종 기업’ ‘건강한 기업’ 이미지를 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제조사다. 햇반과 두부, 김치 등을 만들어 파는 CJ제일제당은 2015년 종자 자회사인 CJ브리딩을 출범시켰다. 농촌진흥청과 육종기업, 대학들과 함께 재료 품종 개발을 하기 위해서다. 콩나물용으로 개발해 지난해부터 제주도 80만 평 땅에서 재배 중인 ‘CJ행복한1호’ 콩과 서울대와 함께 개발한 햇반용 ‘큰눈영양쌀’ 품종이 성공 사례다. 올해까지 묵은지용 배추와 새로운 쌀·콩 품종 등 3종을 포함해 국산 종자 총 12종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이마트도 지난해 국산 종자 개발 프로젝트 상품 6종으로만 3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박나 양배추’와 ‘라온 파프리카’ 등 국내 농가에서 개발한 국산 종자 품목들이 식감과 당도 등 품질 면에서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45억 원 매출을 목표로 우수 종자를 추가로 발굴하는 게 목표다.
토종 식재료에 대한 수요가 증명되면서 최근 식음료 업계도 토종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간 주로 외국산 이스트를 수입해 사용하던 제빵업계에서 SPC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 전통 누룩에서 토종 효모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토종 천연효모빵’ 시리즈는 나온 지 50일 만에 1000만 개가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마케팅 효과에 더해 연간 3000t, 70억 원 규모의 이스트 수입 비용도 절감된다고 SPC는 밝혔다.
CJ푸드빌의 한식 뷔페 프랜차이즈 계절밥상은 이달 제주도에서만 나는 ‘제주푸른 콩’을 앞세워 ‘제주의 봄’ 신메뉴를 선보였다. 역시 토종 종자인 ‘앉은뱅이 밀’을 활용한 밀밥 메뉴가 소비자 호응을 얻어 지난해까지 누적 13t가량이 소비된 데 따른 것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대부분 정해진 품목 안에서 식재료를 소비하던 예전과 달리 최근 소비자들은 식재료의 다양화와 로컬 푸드의 가치 등에도 관심을 갖는 추세”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식품·유통업계 대기업들이 국산 종자 지키기에 뛰어들고 있다. 제주도 토종 품종인 ‘앉은뱅이 밀’을 메뉴에 활용한 CJ푸드빌과,
농가와 협력해 콩나물 콩 ‘CJ행복한1호 콩’을 개발한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왼쪽 사진부터). CJ푸드빌·CJ제일제당 제공
‘앉은뱅이 밀, 대박나 양배추, CJ행복한1호 콩.’
친숙한 한글 이름이 붙은 이 농산물들은 이른바 ‘한국 국적 품종’이다. 종자(種子) 약소국인 한국에서 토종 종자나 국내에서 새로 개발한 종자로 재배한 품종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하면서부터 외국산 종자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내기 시작했다. 소비자 입맛이 다양해지고 채소·과일류 섭취량이 늘어나면서 로열티 부담은 점점 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한국이 낸 종자 로열티는 1449억 원이지만 벌어들인 로열티는 13억 원에 불과했다.
식품업계 대기업들은 종자권을 지킨다는 점을 강조한 ‘토종 마케팅’과 종자 연구개발(R&D)에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상품화까지 최소 3∼5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치열한 마케팅 싸움에서 ‘씨앗부터’ 차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경쟁사에 비해 소비자에게 ‘토종 기업’ ‘건강한 기업’ 이미지를 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제조사다. 햇반과 두부, 김치 등을 만들어 파는 CJ제일제당은 2015년 종자 자회사인 CJ브리딩을 출범시켰다. 농촌진흥청과 육종기업, 대학들과 함께 재료 품종 개발을 하기 위해서다. 콩나물용으로 개발해 지난해부터 제주도 80만 평 땅에서 재배 중인 ‘CJ행복한1호’ 콩과 서울대와 함께 개발한 햇반용 ‘큰눈영양쌀’ 품종이 성공 사례다. 올해까지 묵은지용 배추와 새로운 쌀·콩 품종 등 3종을 포함해 국산 종자 총 12종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이마트도 지난해 국산 종자 개발 프로젝트 상품 6종으로만 3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박나 양배추’와 ‘라온 파프리카’ 등 국내 농가에서 개발한 국산 종자 품목들이 식감과 당도 등 품질 면에서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45억 원 매출을 목표로 우수 종자를 추가로 발굴하는 게 목표다.
토종 식재료에 대한 수요가 증명되면서 최근 식음료 업계도 토종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간 주로 외국산 이스트를 수입해 사용하던 제빵업계에서 SPC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 전통 누룩에서 토종 효모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토종 천연효모빵’ 시리즈는 나온 지 50일 만에 1000만 개가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마케팅 효과에 더해 연간 3000t, 70억 원 규모의 이스트 수입 비용도 절감된다고 SPC는 밝혔다.
CJ푸드빌의 한식 뷔페 프랜차이즈 계절밥상은 이달 제주도에서만 나는 ‘제주푸른 콩’을 앞세워 ‘제주의 봄’ 신메뉴를 선보였다. 역시 토종 종자인 ‘앉은뱅이 밀’을 활용한 밀밥 메뉴가 소비자 호응을 얻어 지난해까지 누적 13t가량이 소비된 데 따른 것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대부분 정해진 품목 안에서 식재료를 소비하던 예전과 달리 최근 소비자들은 식재료의 다양화와 로컬 푸드의 가치 등에도 관심을 갖는 추세”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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