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카드는 장롱속으로… 목소리-정맥-홍채로 결제한다

김성모 기자

입력 2017-02-23 03:00 수정 2017-02-2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바이오 페이’ 상반기 시범 도입

지갑 속 카드가 사라질지 모른다. 실물카드 없이 생체정보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바이오 페이’가 올해 시범적으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열린 업무보고에서 플라스틱 카드 대신 목소리, 손바닥 정맥, 홍채 등과 같은 생체 정보로 결제하는 ‘바이오 페이’를 올 상반기(1∼6월)에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기술 개발을 끝내고 조만간 관련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바이오 페이 시대’ 열린다

롯데카드는 3월 중 플라스틱 카드 대신 손바닥 정맥으로 결제하는 ‘핸드 페이(Hand Pay)’를 시범 운영한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가맹점이나 고객센터에 미리 등록해 놓으면 기기 위에 손바닥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손바닥 정맥은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고 많은 혈관이 복잡하게 지나가 보안성이 높다. 김병준 롯데카드 스마트사업팀장은 “기기의 근적외선 센서가 피부를 투과해 정맥 속 헤모글로빈 성분까지 식별하는 방식이어서 위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계열사의 일부 가맹점에 핸드페이 전용 기기를 설치한 뒤 서비스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BC카드도 목소리로 결제하는 ‘보이스 페이(Voice Pay)’를 이르면 3월 중 선보일 계획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의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ISP)에 설정된 BC카드에 개인식별번호(PIN)를 누르고 목소리를 등록한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의 결제 창에서 BC카드를 선택하면 ISP 앱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그런 다음 스마트폰에 “내 목소리로 결제”라고 말하면 결제가 끝난다. 최정윤 BC카드 핀테크본부장은 “사람마다 음성 정보가 달라 보안성도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들도 생체 인증 및 결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하나카드는 지문이나 음파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삼성카드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홍채·안면 인식 결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지문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지문 인증 및 결제 서비스를 이미 도입했다.


변화 속도 내는 카드사들


카드사들은 꾸준히 디지털 분야를 강화하며 이런 생체 인증 서비스를 위한 기술 혁신을 준비해왔다. 카드사 대표들은 신년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디지털’을 키워드로 꼽았다. 지난해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했다면 올해에는 실질적인 서비스들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조직 개편까지 단행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초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DT(Digital Transformation) 부문’을 신설했다. DT 부문 산하에는 디지털혁신팀과 AI랩 등을 배치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말 미래사업본부 내에 있던 핀테크사업부를 미래사업추진부와 핀테크사업부로 나눴다. KB국민카드도 디지털 업무를 총괄하는 디지털본부를 만들었다. 본부 안에는 핀테크사업부와 모바일사업부를 개편한 디지털사업부·디지털마케팅부가 포함됐다. 또 비대면 채널을 총괄하는 디지털채널부도 신설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혁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여신금융연구소는 올해 8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익이 지난해보다 100억 원 줄어든 2조5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수익기여도가 낮은 공과금, 체크카드 비중 확대, 경쟁 심화, 조달 비용 상승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중심으로 인력을 늘리는 동시에 신규 서비스를 계속 고안하고 있다. 모바일 중심으로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뒤처지면 죽는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