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위를 나는 풍경… 김지원 ‘캔버스 비행’전

김민 기자

입력 2019-06-18 03:00 수정 2019-06-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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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꽃 그림은 여전히 상업적으로 인기를 끄는 장르지만 누군가는 ‘이제 시장에서 꽃 그림을 그만 보고 싶다’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꽃 그림이 단순히 장식에만 쓰이는, 깊이가 없는 소비적 그림이라는 이유에서다. ‘맨드라미 작가’로 잘 알려진 김지원 작가(58)도 꽃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화가는 꽃의 화려함보다 야생성에 집중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서 김지원의 개인전 ‘캔버스 비행’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김 작가의 대표작인 ‘맨드라미’ 시리즈 신작을 비롯해 ‘풍경’ ‘비행’ ‘무제’ 연작 등 회화, 설치, 드로잉 작업 90여 점을 새롭게 공개한다.

2000년부터 맨드라미를 그려 온 작가는 처음에는 사람의 뇌, 소의 천엽, 고교시절 교련복 무늬를 떠올리게 하는 꽃의 독특한 형태에 끌렸다고 한다. 꽃이 “징그러워 작업실 밭에 심어놓고 관찰”하면서 그림을 그렸고, 그것이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맨드라미 작가’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맨드라미의 붉은색과 꿈틀대는 형상, 그 맨드라미를 감싸는 서정적인 표현이 새로운 장식성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캔버스 비행’이라는 제목처럼, 맨드라미가 아닌 다른 작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붉은 기운을 쫙 뺀 맨드라미 대형 회화와 ‘비행’ 연작이 관객을 마주한다. 이전의 ‘맨드라미’나 ‘풍경’ 시리즈가 작가의 눈높이에서 그려진 그림인 데 비해 ‘비행’은 제목처럼 살짝 높은 시점에서 대상을 바라본다. 모형 비행기는 캔버스 나무틀과 다 쓴 붓, 주워 온 나뭇가지로 만들었다. 하루 종일 머무는 작업실에 모형 비행기를 매달아 놓고 그린 이 작품들은 ‘맨드라미 작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워질 무렵인 2013년 시작했는데, 여러 작품을 한데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들은 작업실 벽에 걸린 드로잉, 천장에 모빌처럼 달린 모형 비행기 등 여러 대상물을 정물처럼 그렸다. 모형 비행기를 매단 선이 어지럽게 얽히고 파편이 흩어져 마치 추락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인간이 만든 무기 중 가장 거대하며 세계 경찰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항공모함’은 어찌 보면 맨드라미와 같다. 욕망과 혁명, 연정, 독사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비행’을 그리기 전 작업실 풍경을 일기처럼 메모한 ‘무제’ 드로잉 연작도 전시장에서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김 작가는 이메일 주소도 ‘캔버스김’일 정도로 30여 년 동안 회화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작가는 캔버스 속에 드러나는 대상의 형태에만 집중한 것이 특징적이다. 작가가 “맨드라미와 항공모함이 같다”고 말한 것처럼, 맨드라미의 모양과 색깔, 비행기가 어지럽게 얽힌 형태 모두 캔버스 속에 조형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재료일 뿐이다.

김 작가는 인하대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조형미술학교(슈테델슐레)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제15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했고 대구미술관(2015년), 금호미술관(2011년)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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