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잇는 예술세계, 새로 만나는 이응노

김민 기자 , 이기진 기자

입력 2018-07-13 03:00 수정 2018-07-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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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뉘시박물관 큐레이터 벨레크, 13일부터 대전서 소장작품 전시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마엘 벨레크는 프레생제르베에 남은 이 작가의 모자이크 벽화(사진)가 프랑스 문화재로 등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프랑스에 많은 한국 작가들이 왔음에도 그간 흔적이 많이 보존되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프랑스 예술의 만남을 잊지 않기 위한 재조명이 시급합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프랑스 파리 세르뉘시박물관 큐레이터인 마엘 벨레크(36·사진)는 현지에 한국 예술을 소개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15∼2016년에 1950년대부터 프랑스를 거쳐 간 한국 작가를 다룬 ‘서울-파리-서울’ 기획전을 세르뉘시에서 개최했다. 파리 공공미술관이 자체적으로 한국 미술 전시를 기획한 첫 사례였다. 지난해 이응노 화백(1904∼1989)의 회고전 ‘군상의 남자’도 열었다.

그런 그가 세르뉘시박물관과 퐁피두센터가 소장한 이 화백의 작품 29점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13일부터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는 ‘이응노, 낯선 귀향’전을 위해서다.

‘사람들’(1959년·사진)을 포함해 프랑스 세르뉘시박물관이 소장한 이응노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이응노미술관 제공

벨레크 큐레이터는 2013년 전후 세르뉘시 소장품을 통해 이 화백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세르뉘시박물관의 아시아 컬렉션은 프랑스에서 국립동양미술관인 기메박물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 특히 이응노는 세르뉘시에서 ‘동양미술학교’를 운영해 인연이 깊다. 벨레크는 “프랑스 제자들은 당시 이응노가 프랑스어에 익숙지 않았음에도 수차례 반복했던 ‘열심히 그려라’ ‘붓을 수직으로 세우라’는 말을 여전히 기억한다”고 했다.

이런 이미지 탓에 프랑스에서 이 화백을 동양화가로만 조명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벨레크 큐레이터가 보기에 이 화백은 1950년대 이후 파리 앵포르멜(제2차 세계대전 후 표현주의적 추상예술)과 깊이 연관돼 있고, 그의 문자 추상은 기하학적 추상, 미니멀리즘, 옵아트 등 여러 측면으로 확장된다. 벨레크 큐레이터는 “이 화백의 ‘군상’은 픽토그래프의 측면에서 20세기 후반 미국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키스 해링과도 연관점이 있다”며 “수많은 연결 고리와 동서양의 맥락을 모두 갖고 있고, 프랑스-한국의 교류사를 한 몸에 담고 있는 흥미로운 작가”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국 전시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이 화백의 예술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겸재 정선(1676∼1759)과 조선 민화, 장식 예술 등과의 관계 등도 살펴본다. 벨레크 큐레이터는 “1970년대 말부터 이 화백은 프랑스 전통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나 세브르국립도자기제작소, 파리 조폐국과 많은 협업을 했다”며 “그런데 이때 오히려 한국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마르코 폴로’ 시리즈를 흥미로운 작품들로 추천했다.

프랑스 세르뉘시박물관이 소장한 이응노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사진은 이 작가가 한국을 떠올리며 그린 ‘마르코 폴로’ 시리즈. 이응노미술관 제공
벨레크 큐레이터는 최근 세르뉘시의 한국 예술 컬렉션 규모를 키우는 작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3년 90여 점이었던 컬렉션은 현재 200여 점으로 늘어났다. 그는 “문화 교류 차원에서 프랑스에 머물렀던 한국 예술가에게 관심이 많다”며 “이 화백 외에도 남관 윤형근 김창열 방혜자 작가와 사진작가 김중만 등의 작품을 새로 소장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응노, 낯선 귀향’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29점을 포함해 모두 90점이 전시된다. 13일 오후 2시에는 이응노의 ‘동양미술학교’에 관한 벨레크 큐레이터의 강연이 대전시립미술관 세미나룸에서 열린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암스테르담에 고흐가 있고, 파리에 피카소가 있듯이 대전에는 이응노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이응노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 대전의 도시 브랜드도 향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30일까지. 042-611-9800
 
김민 kimmin@donga.com / 대전=이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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