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몽골 항전의지 담은 ‘고려왕실 나한도’ 첫 공개

김상운 기자

입력 2017-11-15 03:00:00 수정 2017-11-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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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박물관 12월 8일까지 특별전
팔만대장경처럼 부처의 힘 의지해 침략 물리치려 한 왕실 바람 담겨


15일 동국대 박물관의 ‘나한―깨달음에 이른 수행자’ 특별전에서 처음 공개되는 오백나한도(왼쪽)와 십육나한도. 1235년 몽골 침략에 맞서 고려왕실이 제작한 희귀 불화다. 동국대 박물관 제공
고려시대 희귀 불화(佛畵)인 나한도(羅漢圖·석가모니 제자인 나한을 그린 그림) 4점이 15일 개막하는 동국대 박물관 특별전에서 처음 공개된다. 특히 이번 나한도는 강화도로 천도한 고려왕실이 1235년 몽골 침략에 맞서 강력한 항전 의지를 담아낸 불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고려 나한도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에 불과 10여 점만 남아 있어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다.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은 “개인과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한 총 4점의 고려 나한도를 처음 공개한다”며 “특히 이 중 2점에서는 제작 연대와 경위가 기록된 화기(畵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4점 가운데 3점은 도상이 서로 다른 500명의 나한을 낱장에 각각 그린 오백나한도의 일부이며 나머지 한 점은 십육나한도다.

나한은 불법을 깨쳐 신통력을 지닌 수행자로, 불가에서는 일종의 수호신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될 오백나한도 한 점에서 “눈앞에 다가온 적을 속히 멸하시어 나라 안팎을 편안케 하소서. (중략) 을미년(1235년) 10월 대정(隊正·종9품 고려 무관) 김의인이 동량(棟梁·재정 조달 등 실무 책임)을 맡다”라는 기록이 확인됐다. 팔만대장경처럼 부처의 힘에 의지해 몽골군의 침략을 물리치려고 한 고려왕실의 간절한 바람이 읽힌다.

이듬해인 병신년(1236년)에 제작된 십육나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정 관장은 “총 516점에 이르는 오백나한도와 십육나한도를 함께 그리려면 최소 10개월 이상 소요된다”며 “고려왕실이 1235∼36년에 걸쳐 나한도를 제작한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미국 호놀룰루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석가설법도’도 함께 선보인다. 석가여래를 가운데 놓고 좌우로 자리 잡은 보살, 제자들을 그린 이 그림은 16세기 중반에 그려진 대표적인 금선묘(金線描·금가루로 선을 그린 것) 불화다. 조선 전기 석가설법도는 불과 4점만 알려져 있다. 전시는 다음 달 8일까지. 02-2260-3722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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