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준 “팝스타 홀린 패션, 나만의 더듬이가 있죠”

김동욱 기자

입력 2017-09-14 03:00:00 수정 2017-09-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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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컬렉션 진출 10주년 맞은 ‘준지’ 정욱준 디자이너

패션브랜드 ‘준지’의 정욱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사무실에는 10년간 파리 컬렉션에 참가한 옷 사진이 빼곡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게는 특별한 더듬이가 있어요.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을 간다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지만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트렌드를 읽어내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창작 원천은 ‘보이지 않는 더듬이’라는 사실. 삼성물산 남성패션 브랜드 준지(JUUN.J)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욱준 상무(50)가 올해 준지 파리 컬렉션 진출 10주년을 맞았다.

그는 2007년 세계 4대 패션 컬렉션 중의 하나인 파리 컬렉션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패션쇼를 열어 왔다. 2013년에는 정회원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 파리 의상조합의 정회원으로도 선정됐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와 팝가수 리애나, 저스틴 비버, 카녜이 웨스트가 그의 열렬한 팬이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피티 우오모’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정돼 컬렉션 무대를 펼쳤다.

13일 서울 강남구의 준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파리 컬렉션 진출 10주년이 되니 이제야 ‘준지가 자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파리 컬렉션은 진출도 어렵지만 꾸준히 컬렉션을 여는 것은 더 힘들다. 첫 쇼 뒤 퇴출되는 브랜드가 부지기수다. “저도 퇴출 악몽을 많이 꾸었어요. 다행히 올해 쇼에서도 리애나가 찾아와 바로 일곱 벌을 주문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최근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에서 오버사이즈 열풍이 불고 있다. 그는 2007년부터 쇼에 오버사이즈 아이템을 등장시킨 원조 중 한 명이다. “30년 전 옷은 우아하고, 20년 전 옷은 아름답고, 10년 전 옷은 촌스럽다는 말이 있어요.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1980년대 오버사이즈가 유행이었죠. 갑자기 그런 옷들이 입고 싶어지더라고요. 제 더듬이 덕분이죠.”

‘클래식의 재해석’이 디자인 철학인 그는 트렌치코트의 해석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독보적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여섯 살 때 어머니 옷장에서 트렌치코트를 처음 봤는데 ‘빨리 커서 입어야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사랑에 빠졌죠. 20년 전 영국 런던의 벼룩시장에서 산 트렌치코트를 아직까지 입고 있습니다.”

운전면허가 없는 그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사무실까지 자주 걷는다. 길을 오가다 또는 카페, 음식점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자주 접한다. 그는 “가끔 제가 디자인한 옷을 모방한 ‘짝퉁’ 제품을 입은 사람도 만난다”며 “그만큼 사람들이 제 디자인을 사랑한다는 증거가 아니겠나 생각하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파리 컬렉션에 그의 뒤를 이어 진출한 한국인 디자이너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그도 그 점이 안타까웠다.

30대 때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40대 때 파리 컬렉션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차곡차곡 실현시키고 있는 그는 세계적인 패션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다. 그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처럼 100년이 지나도 패션, 라이프스타일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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