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강렬한 멕시코의 맛 ‘토스타다 드 포요’

동아일보

입력 2017-09-14 03:00 수정 2017-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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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모여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토스타다드 포요’.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선생님은 매일 뭐 해 드세요?”

요리를 하면서 지금껏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요리 유학까지 다녀오고 십수 년째 요리를 가르치고 있으니 다들 내 머릿속에는 창의적인 레시피가 넘쳐나고 매일 남편에게 진수성찬을 차려주는 줄 아는 모양이다. 커밍아웃하는 심정으로 고백하건대 절대 아니다. 수업을 마치면 진이 빠져서 손가락 까딱하기도 싫어 홀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끼니를 때우기 일쑤고 남은 재료를 처리하느라 대충 만들어 먹을 때도 많다. 남편과 둘이 먹자고, 막상 장을 보려 하면 재료비가 너무 올라 사먹게 되는 일도 많다.

수업 준비 하느라 거의 매일 장을 본다. 그때마다 장보는 젊은 주부들이 주로 뭘 사는지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인스턴트식품과 즉석밥, 과자와 음료수, 공산품만 산더미처럼 싣고 가는 이들이 많다. 남편은 귀가가 늦고 아이들은 클수록 학원과 과외로 바쁘니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일이 드물다는 증거다.

이제는 학교 급식으로 도시락 문화도 사라졌으니 아이들은 부모가 해주는 밥을 몇 번이나 먹고 어른이 될까 싶다. 돈 내고 쉽게 사먹는 끼니만 먹고 자란 아이들이 부모와 공감대 형성이 될까. 밥 한 끼의 소중함은 하루만 굶어도 깨닫지만 만드는 수고로움과 보람은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불어터진 라면 한 그릇이라도 직접 만들어봐야 외식도 감사하고 즐거워진다. 시간과 돈으로만 따진다면, 오히려 외식이 경제적인 시대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을 돈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식구(食口)란 함께 먹는다는 뜻이고 같이 먹으며 시간을 나눌 때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끼리 함께 만들 수 있는 쉽고 이색적인 요리 한 가지를 소개한다. 멕시코의 휴양도시 산미겔에 갔을 때 플라멩코를 추는 무희 출신의 요리 강사 레이나 씨에게 배운 ‘토스타다 드 포요(Tostada de pollo)’다. ‘토스타다’는 토르티야를 기름에 튀긴 것이고 ‘포요’는 닭고기를 말한다.

둥근 밀가루 토르티야 전체에 꼬챙이로 골고루 구멍을 뚫고 식용유에 옅은 갈색이 되도록 튀겨낸다. 꼬챙이로 구멍을 뚫지 않으면 공갈빵처럼 토르티야가 부푼다. 닭가슴살에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하고 생강 조각과 술(화이트 와인)을 넣어 끓인 물에 닭가슴살을 삶아낸다. 닭가슴살이 식으면 고깃결을 따라 쭉쭉 찢는다. 토마토와 양파를 굵게 다진 후 여기에 레몬즙과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로 간을 하여 토마토 살사를 만든다. 양념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자기 입맛에 맞으면 그만이다. 할라페뇨(멕시코산 매운 고추) 피클과 고수를 다져 넣으면 강렬한 멕시코 본토의 맛을 낼 수 있다. 튀겨낸 토르티야에 마요네즈를 펴 바르고 토마토 살사를 골고루 얹는다. 마지막으로 찢은 닭가슴살과 시판용 치즈(리코타 또는 기호에 맞는 프레시 치즈)를 얹으면 완성이다.

누구 하나만 고생할 필요 없이 서너 명이 분업하여 같이 만들 수 있고 간식과 파티 음식, 맥주 한잔과 곁들일 술안주로도 손색없는 누구나 만족하는 요리다. 돌아오는 주말 함께 만들어 먹으며 즐겨보시길.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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