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얼큰한 육개장 한입, 없던 배짱 절로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입력 2017-06-29 03:00 수정 2017-06-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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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뒷맛이 매력적인 수원 새벽집의 육개장.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요즘 프랜차이즈 형태의 육개장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습니다. 음식의 유행이 원래 생뚱맞기도 하고 느닷없는 경우가 있지만 ‘○○찜닭’이나 ‘△△△조개구이’ 등의 사례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생각을 갖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새롭지도 않은 음식인 육개장일까요?

육개장이 개장국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은 음식의 유래를 좀 아시는 분들한테 별 이견이 없습니다. 보신탕을 드셔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고깃결 따라 손으로 찢어 탕에 넣은 모양새가 육개장의 그것과 비슷하고, 국물의 색깔이나 각종 재료가 옛날 경상도식 보신탕과도 닮았다고 합니다.

대구를 중심으로 널리 퍼진 따로국밥과 전국팔도 음식인 육개장에 대해서는 약간의 ‘감별진단’이 필요합니다. 유난히 더운 대구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쇠고기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국을 즐겨 먹었는데, 이를 대구탕(大邱湯) 혹은 대구탕반이라고도 부르지만 정식 이름은 따로국밥입니다. 이를 ‘대구식 육개장’이라고도 하는 바람에 혼란이 생겼습니다.

따로국밥의 원형은 차라리 옛날 시골 장터의 고기국밥일 수도 있습니다. 장터의 국밥은 커다란 솥단지에 각종 재료를 넣고 고춧가루까지 많이 넣어 끓이기에 맵고, 뜨겁고 그리고 시원한 맛에 먹었습니다. 일종의 패스트푸드라 할 수 있는 국밥이니, 밥을 토렴해서 내든지 아니면 입천장이 데건 말건 그냥 뜨겁게 말아서 나왔을 것이고요. 그 와중에 양반 체면 생각해서 밥 따로 국 따로 내놓은 것이 바로 따로국밥입니다.

어느 작가가 쓴 시에는 이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삶은 쇠고기 깃머리 양지머리 걸랑을 찢어 깔고/숭숭 썰어 놓은 대파 무/살진 고사리 숙주 토란줄기 입맛 따라 넣어/얼큰하게 끓인 육개장…없던 배짱도 두둑이 생겨/한밤중 태백준령도 거뜬히 넘을 것 같으니/한기며 고뿔이 뭔 줄을 모른다네.’(신중신의 ‘육개장’ 중)

육개장엔 고사리가 필수이지만 따로국밥에는 선택 사항입니다. 따로국밥에는 선지가 들어가고 육개장에는 없습니다. 결정적 차이는 고기의 형태인데, 육개장에는 결 따라 찢어서 넣고, 따로국밥은 깍둑썰기 형태의 고기가 들어갑니다. 게다가 대구의 따로국밥은 너무 매워서 눈물과 콧물 그리고 맹물이 필수지만 육개장은 식당에 따라 매운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수원 새벽집의 육개장은 맵기는커녕 달달한 뒷맛이 매력적이지요.

저는 시를 읽어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육개장 붐이 일어난 이유가 현실에 치여 숨죽여 지내는 요즘 사람들에게 ‘두둑한 배짱’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요.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부민옥 서울 중구 다동길 24-5, 02-777-2345, 육개장 9000원·양무침(소) 3만 원
○ 한일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38길 14, 1577-9963, 육개장 1만2000원·전통갈비탕 1만5000원
○ 수원 새벽집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수대로 519번길 12-9, 031-223-0092, 육개장 8000원·불고기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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