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학습하는 ‘AI 반도체’ 급성장… 완전히 다른 세상 열린다
동아일보
입력 2019-05-20 03:00 수정 2019-05-20 03:58
전동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왼쪽)와 박정우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살펴보고 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뇌의 연산 특성을 반영한 인공지능(AI) 반도체다.
정부가 4월 말 비(非)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반도체 육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사업에 들어갈 1조 원 가운데 2475억 원을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2405억 원을 추가 투자해 현재 사용되는 반도체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를 대체할 신개념 소자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능형 반도체나 AI 반도체는 AI의 핵심 기술인 인공신경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는 반도체다. 현재 널리 쓰이는 트랜지스터 기반의 반도체 효율을 극대화한 개념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AI 반도체 시장은 해마다 18%씩 성장해 2025년에는 전체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AI 반도체가 기존 시장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 것으로 전망한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정보기술(IT) 자문기업 가트너가 2018∼2019년 연속해서 ‘10대 전략기술 트렌드’로 꼽은 ‘에지 디바이스’(시스템의 말단에 위치한 작은 기기)다.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집안 센서나 스피커,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가 모두 에지 디바이스에 해당한다. 전동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AI 응용프로그램은 덩치가 크기 때문에, 과거에는 서버에서 AI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에지 디바이스는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를 받기만 했다”며 “하지만 이 과정이 느리고 보안에 취약하며 네트워크가 안 될 때 무용지물이 된다는 단점이 있어 에지 디바이스 자체에서 AI를 처리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I/O 2019’에서 “AI를 직접 스마트폰에 장착해 비서처럼 쓰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발이 추진되는 지능형 반도체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뇌나 신경세포의 특성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이다.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을 반도체에 적용했다. 전 교수는 “데이터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정보를 1비트 단위로 처리하는 점은 동물의 신경계 작동 원리와 매우 유사하다”며 “기존 딥러닝(반복기계학습)도 동물의 신경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데이터가 거꾸로 흐르는 과정이 존재하고 정보 처리도 여러 비트를 단위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기본 특성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로모픽 반도체의 약점도 있다. 구글의 AI인 알파고 열풍을 타고 라이벌 인공신경망을 쓰는 딥러닝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정확도 면에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회의론이 대두된 것이다. IBM은 2014년 100만 개 이상의 인공 신경세포와 2억6000만 개 이상의 신경세포 접합부(시냅스)를 모사한 뉴로모픽 반도체 ‘트루노스’를 개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로부터 정확도가 낮고 AI의 두 요건 중 하나인 학습 기능을 포함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인텔이 학습까지 가능한 뉴로모픽 반도체 ‘로이히’를 내놨지만 여전히 정확도에 발목이 잡혔다.
전 교수와 박정우 연구원팀은 올해 2월 이를 극복할 돌파구를 열었다. 뇌의 원리를 그대로 모방하는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뉴로모픽의 원리와 장점은 취하되 기존의 반도체 회로를 구현하는 데도 적합한 새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학습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설계했다. 전 교수는 “실제 숫자 필기체 패턴을 인식하는 실험에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5배 빠르고, 최고 성능의 머신러닝 전용 칩보다 전기를 3분의 1만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뉴로모픽 반도체의 대안이 되도록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로모픽과 함께 각광받는 또 다른 AI 반도체는 엔비디아나 구글, 애플이 경쟁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는 ‘AI 가속기’다. 기존 반도체 설계를 최적화해 딥러닝 알고리즘 처리 속도를 높인 개념이다. 딥러닝에 널리 쓰이는 병렬처리칩인 GPU나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를 개선해서 만든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기술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비즈N 탑기사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이렇게 63억 건물주 됐나…김지원, 명품 아닌 ‘꾀죄죄한’ 에코백 들어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1인 안 받는 이유 있었네”…식탁 위 2만원 놓고 간 손님 ‘훈훈’
- 1인 가구 공공임대 ‘면적 축소’ 논란…국토부 “면적 기준 폐지 등 전면 재검토”
- 삼성, 세계 첫 ‘올인원 AI PC’ 공개
- “인구감소로 집값 떨어져 노후 대비에 악영향 줄수도”
- [머니 컨설팅]사적연금 받을 때 세금 유불리 따져봐야
- “만원으로 밥 먹기 어렵다”…평균 점심값 1만원 첫 돌파
- 고금리-경기침체에… 개인회생 두달새 2만2167건 역대 최다
- “한국판 마리나베이샌즈 막는 킬러규제 없애달라”
- 직장인 1000만명 이달 월급 확 준다…건보료 ‘20만원 폭탄’
- 엘리베이터 호출서 수령자 인식까지… ‘배송 로봇’ 경쟁 본격화
- 연체 채권 쌓인 저축銀, 영업 축소… 수신잔액 26개월만에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