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IT감수성 뛰어나… UX 개선에 큰 도움”

신동진 기자

입력 2018-12-13 03:00 수정 2018-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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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취업 등용문으로 자리잡은 SK C&C 운영 교육프로그램 ‘씨앗’
기업참여형 맞춤형 교육 3년째… 최근 2년 수료생 44명중 38명 취업
“회사생활 두려움 해소에도 신경”


청각장애 학생들은 속기사가 강의 내용을 타이핑해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실시간 자막을 보면서 공부한다. SK C&C 제공
양쪽 눈 시력이 0.1인 4급 시각장애인 서모 씨(28)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정보기술(IT) 기업 입사가 꿈만 같다. 아주대 컴퓨터공학과에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전공한 서 씨는 대학원 수료 후 2년간 100군데 넘는 기업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면접장에선 불편한 눈 때문에 프레젠테이션이나 업무소통이 가능할지, 번번이 질문을 받았다. 기업들이 IT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장애에 대한 편견 탓에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낙담하던 서 씨에게 친구가 소개해준 ‘씨앗’(SIAT·Smart IT Advanced Training)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올해로 3년째인 씨앗은 대학 졸업 후 IT 분야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장애인들에게 취업 등용문이 됐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가 양질의 청년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6년부터 SK C&C와 손잡고 개설한 장애인 IT 취업 프로그램이다. 기존에도 장애인 대상 IT 직능 교육이 있었지만 좀처럼 채용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씨앗은 기업이 교육생 선발에 직접 참여해 직무 수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한다. 교육생들이 IT 특화교육(6개월)과 인턴(2개월)을 거치는 동안 기업들은 장애인 취준생들의 실력과 가능성을 면밀히 살필 수 있다.


덕분에 씨앗은 장애인들의 취업 성공 모델이 됐다. 최근 2년간 수료생 44명 중 38명(86%)이 취업에 성공한 것. SK텔레콤, SK C&C, 포스코ICT, 현대카드 등 대기업 IT 직역을 비롯해 포스텍(포항공대), 삼성경제연구소, 한영회계법인 등 인기 직장의 러브콜을 받았다.

수료생 가운데는 본래 IT 전문 지식을 가진 청년들 외에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IT 소양을 갖춰 취업경쟁력을 가지려는 IT 문외한도 상당수다. 지체장애를 가진 수학 전공 여대생은 IT 지식이 전무했지만 씨앗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내년부터 SK C&C 디지털포메이션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청각장애 청년은 웹디자인 심화교육을 마치고 SK브로드밴드 PPT 디자이너로 취업했다.

기업들은 남보다 예민한 ‘IT 감수성’을 가진 장애청년들을 색안경 대신 현미경으로 보기 시작했다. 비장애인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내며 IT 서비스의 사용자경험(UX)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은 SK C&C SV팀 수석은 “고도화된 IT의 직관성을 높이는 데 장애인 IT 전문가들의 꼼꼼함이 장점으로 인식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6개월 동안 여러 유형의 장애인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른 장애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환경에서 IT 감수성을 높이는 것도 강점이다. IT 역량교육 외에 심리재활, 조직문화 이해, 장애관리 등 사회성 훈련을 함께 진행해 수료생에 대한 기업 만족도가 높다.

박재술 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장은 “이론 중심으로 진행하는 다른 아카데미들과 달리 납기 마감이 있는 업무과제를 통해 실전감각과 팀워크를 기를 수 있다”면서 “저녁 식사도 자연스럽게 회식 분위기로 조성하는 등 회사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14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도 교육생 신청을 받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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