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누르면 쇼핑까지… 인스타그램, 유통채널로 진화

손가인 기자

입력 2018-08-10 03:00 수정 2018-08-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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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등 비즈니스 계정 2500만개

패션 브랜드 ‘버버리’도 인스타그램의 쇼핑 기능을 도입했다. 사진을 누르면 모델이 입고 있는 제품의 설명과 가격,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링크가 뜬다. 인스타그램 캡처
개인의 일상 사진을 공유하는 친목 수단으로 여겨졌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이 하나의 유통 채널로 진화하고 있다. 광고 플랫폼으로 활발히 활용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쇼핑 기능까지 도입하며 유통 채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 실시간 패션쇼에 쇼핑 기능 도입

9일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하고 있는 광고주 계정은 총 200만 개다. 이들은 제품을 소개하는 짧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활용한 광고를 만들어 사용자들의 피드에 노출시킨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영상 콘텐츠를 공유하는 걸 장점으로 내세워 그동안 광고 채널로 활발히 사용돼 왔다. 최근엔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며 고객과의 접점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들이 사진과 영상에 누른 ‘좋아요’의 개수 등으로 실시간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다.

특히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를 비롯한 많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비즈니스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신제품 화보를 계정에 직접 올리는가 하면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방송 기능을 이용해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등지에서 열리는 런웨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은 최근 쇼핑 기능을 추가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을 누르면 모델이 입은 옷이나 방에 진열된 가구 등 제품의 설명과 가격, 구매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띄우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서는 5월부터 상용화됐다. 디올,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빈폴, 에잇세컨즈 등 한국 브랜드들도 발 빠르게 이 기능을 도입했다.


○ 시장 흔드는 유통 채널 되나

유통 기업과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에 만든 비즈니스 계정은 현재 2500만 개에 달한다. 인스타그램이 유통 업체들의 각축장이 된 것은 미래 소비자인 젊은 고객들이 사진과 영상에 익숙한 비주얼 세대이기 때문이다. 현재 약 10억 명인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80% 이상이 비즈니스 계정을 팔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이전에 페이스북과 네이버의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다른 SNS도 광고를 노출하는 채널로 활용됐다. 하지만 글자 위주로 노출되는 콘텐츠 탓에 갈수록 영향력이 줄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페이스북 사용 시간은 지난해 1월 66억 분에서 올해 7월 40억 분으로 줄었다. 밴드와 카카오스토리도 감소 추세다. 반면 사진과 영상 콘텐츠 위주인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1월 9억 분에서 지난달 18억 분으로 급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인스타그램이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유통 플랫폼으로 사업을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인스타그램 측은 “현재 무료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계정 생성이나 쇼핑 기능에 수수료를 받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스타그램은 이미 거의 모든 유통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모바일 편집숍’이라고 볼 수 있다”며 “무상으로 제공하는 쇼핑 기능도 언제든 유료로 전환할 수 있어 머지않아 시장을 흔드는 쇼핑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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