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주문하자… 30분뒤 로봇이 배달을 왔다

황규락 특파원

입력 2018-08-08 03:00 수정 2018-08-08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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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실리콘밸리는 지금 ‘배달로봇’ 혁명

“도대체 이 꼬마 자동차의 정체는 뭐죠?”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시내에 성인 무릎 높이의 자동차가 돌아다니자 사람들은 신기한 듯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묻기 시작했다. 네 바퀴로 인도를 비집고 다니는 이 자동차의 정체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키위캠퍼스’가 만든 음식 배달로봇. 로봇은 앞면에 달린 스크린을 통해 이모티콘으로 웃는 표정을 지으며 길을 찾아다녔다.

로봇 배달 서비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앱에 등록된 음식점에서 기자가 직접 메뉴를 고른 뒤 배달할 장소를 지도에서 선택하니 30분쯤 뒤 도착한다는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키위캠퍼스 직원이 주문 음식을 사서 대기하고 있던 로봇에 음식을 담으면 로봇이 알아서 배달 장소까지 찾아간다. 배달로봇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주문자의 스마트폰에 알림이 뜬다. 계산과 음식 구입 등은 사람이 하고 로봇은 배달만 하는 분업 체계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인근 도로에서 3일 한 남성이 로봇 업체 ‘키위 캠퍼스’의 음식 배달로봇을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다.
로봇의 겉모습은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내부는 첨단 기술로 채워졌다. 전후방 6대의 카메라로 도로 사정을 확인하면서 주행한다. 주행 속도는 성인 걸음걸이와 비슷한 시속 약 5km. 인공지능(AI)과 딥러닝을 접목해 신호등 색을 구별할 줄 알고 사람이나 자전거, 장애물 등을 미리 파악해 피해 다닐 수 있다. 키위캠퍼스 제품 총괄 담당인 사샤 이아체니아 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로봇이 앞을 보면서 직접 상황을 판단하고 학습해 나간다”며 “배달 횟수가 올해만 1만 번을 넘기면서 로봇들의 움직임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2020년까지 연간 3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음식 배달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로봇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바퀴 6개를 단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만든 스타십테크놀로지스는 지금까지 세계 100개 도시에서 시험 주행을 했고 지금은 미국 새너제이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미국 로봇회사 마블은 음식 배달업체 ‘이트24’ ‘도어대시’ 등과 손잡고 자사가 개발한 배달로봇을 실제 거리에서 시험하기도 했다. 마블은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텐센트 등으로부터 1000만 달러(약 112억 원)의 투자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맷 덜레이니 마블 최고경영자(CEO)는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시작은 음식 배달이었지만 앞으로 식료품과 의약품, 소포 배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봇이 카메라를 통해 자전거와 사람을 장애물로 인식하는 모습. 음식 배달로봇은 인공지능과 딥러닝 기술을 접목해 배달 목적지까지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실리콘밸리=황규락 특파원 rocku@donga.com
음식을 배달해 주는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배달료이다. 사람이 직접 배달하면 건당 평균 5달러 정도를 줘야 하지만 로봇 배달은 3달러 정도만 내면 된다. 키위캠퍼스는 이르면 내년쯤 로봇 수를 늘려 배달료를 1달러까지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기술적 한계는 있다. 기자가 배달로봇을 4시간가량 따라 다녀본 결과 로봇이 목적지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길 건너편으로 잘못 배달하거나 바퀴가 도랑에 빠져 벗어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로봇이 속도를 내다가 사람과 부딪치거나 인도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멈춰 길을 막기도 했다. 길을 가던 사람 중 몇몇은 “바퀴 달린 로봇이 인도로 다녀도 되느냐”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음식 배달로봇을 규제하고 있다. 시 정부는 도심에서 주행할 수 있는 배달로봇 수를 회사당 최대 3대로 제한하고 보행자 밀집 지역은 지도에 따로 표시해 로봇 주행을 아예 금지했다.

실리콘밸리=황규락 특파원 rock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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