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깔면 저시력장애인 또렷이 볼 수 있어요”

김지현기자

입력 2017-08-21 03:00 수정 2017-08-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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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시력 장애인들이 사물이나 글자를 좀더 뚜렷이 볼 수 있도록 보조하는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저시력 장애인들에게 빛을 선물하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착한 창의력’이 20일 빛을 봤다. 삼성전자는 전맹을 제외한 1∼6급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앱) ‘릴루미노’를 이날부터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무료로 배포한다. 삼성전자의 가상현실(VR) 기기인 ‘기어VR’와 호환되는 ‘갤럭시S7’ 이후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

릴루미노는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2012년 도입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 소속 임직원 3명이 개발했다. 조정훈 씨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사업부에서 프로토콜을 분석하는 평범한 엔지니어였다. 그는 ‘앞이 뿌옇게 보이는 저시력인이 전 세계에 2억4000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우연히 접한 뒤 시각보조기구 개발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5월 사내 C랩 과제에 도전해 기회를 얻게 됐다.

조 씨는 “업무와 무관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결국 개발까지 왔다. 지난 1년이 삼성에서의 근무 기간 중 큰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백내장이나 각막혼탁 등으로 시야가 뿌옇고 빛 번짐이 있거나, 굴절장애와 고도근시를 겪는 시각장애인은 글자나 사물을 뚜렷하게 인식하기 힘들다. 이런 시각장애인들이 기어VR를 착용하고 릴루미노를 실행하면 사물이 왜곡되고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거의 없어진다. 윤곽선 강조 및 색 밝기·대비 조정, 화면색상 필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다.

기존 시각보조기구들은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데다 휴대성이 떨어진다. 릴루미노는 이들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릴루미노는 ‘빛을 되돌려준다’는 뜻의 라틴어다. 비장애인들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삶의 즐거움을 돌려준다는 의미로 지었다.

삼성전자는 원칙적으로 C랩 과제를 1년 후 종료시키지만 릴루미노는 이례적으로 후속 과제 기간을 1년 더 주기로 했다. VR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안경 형태의 제품을 개발해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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