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시장, 현장단속에 집단휴업… 세종시에선 다운계약 등 불법거래 여전

정임수기자 , 박성민기자

입력 2017-06-19 03:00 수정 2017-06-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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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책 앞둔 부동산시장 가보니

#1. “열흘째 한 건도 계약을 못 했어요.” 17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일대 중개업소는 정부의 현장 단속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일주일째 ‘집단휴업’ 상태다. 일부는 퇴근시간 무렵 문을 열기도 했지만 주말 저녁까지 단속이 이어지자 ‘틈새영업’도 포기하는 분위기다. 그는 “정부 대책이 나오고 단속이 중단돼야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2. 이날 회사원 정모 씨(49)는 세종시를 찾았다. 집값이 들썩이는 이곳 아파트에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곳 중개업소들도 정부의 단속을 피해 문을 닫았다. 한 중개업소에 전화를 하니 대표는 사무실이 아닌 A아파트에서 만나자고 했다. 입주를 앞둔 A아파트는 분양가에 웃돈이 2억 원가량 붙은 곳. 중개업소 대표는 “조망이 좋은 물건이 있는데 1억 원의 웃돈만 준 것처럼 다운계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정부기관이 밀집한 세종시에서 여전히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혀를 찼다.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숨죽이던 강남 재건축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으며 ‘거래절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투기 단속을 피해 불법 거래는 음지로 숨어든 모양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 1순위’로 꼽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최근 호가가 수천만 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중단된 상태다.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전용면적 36m²)는 이달 초 10억1000만 원에서 현재 9억7000만 원으로 내렸고, 강동구 둔촌주공(전용 102m²)은 10억 원에서 9억7000만 원으로 떨어졌지만 매수 문의는 뚝 끊겼다.

이런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률은 이달 초 1.05%에서 지난주 0.32%로 급락했다. 서울 마포·용산·성동구 등 집값이 많이 오른 강북 지역도 규제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거래가 실종됐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다들 대책을 지켜본 뒤 움직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발급을 잠정 중단하면서 전국 분양시장도 ‘올스톱’ 분위기다. 이달 말 서울 은평구, 강동구 등에서 본보기집을 열 계획이던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은 일제히 다음 달로 일정을 미룰 예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당초 7만여 채로 집계됐던 6월 분양 물량은 실제 4만 채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발표 때도 약 2주간 분양보증이 중단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7월 초쯤 분양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도권 일대 아파트 본보기집은 정부의 단속 여파로 분양권 전매 거래를 부추기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18일 경기 하남미사강변도시에 있는 한 오피스텔 본보기집 앞에서는 떴다방 중개업자 수십 명이 “하천이 보이는 층은 프리미엄 3000만 원을 쳐줄 수 있다”며 손님을 끌고 있었다. 지난 주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문을 연 ‘송도 아트포레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의 본보기집에는 사흘간 1만6000명이 다녀갔다. 정부의 ‘규제 칼날’을 피해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나 오피스텔 등으로 투자자들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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