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18년 묵은 공인인증서 대체” 금융보안 ‘블록체인’이 뜬다

이건혁 기자

입력 2017-02-23 03:00 수정 2017-0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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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들, 차세대 핀테크 보안기술 개발에 본격 나서


“블록체인을 한국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융합)를 대표하는 수출상품으로 만들어 달라.”(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3년 동안 잘 개발해서 금융투자업계를 넘어 전 금융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노력하겠다.”(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국내 금융사들이 차세대 핀테크 보안기술로 손꼽히는 블록체인(Block Chain) 상용화에 본격 뛰어들었다.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출범시킨 증권업계는 물론 은행, 카드 등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블록체인을 비롯한 핀테크 연구개발(R&D)을 통해 금융 정보 보호 역량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암호화한 ‘블록(Block)’을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분산 저장시키는 디지털 장부를 가리킨다. 새로운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거래 내용이 담긴 새로운 블록이 생성되고, 이를 네트워크에 이미 존재하는 이전 블록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거래 장부를 만들면서 주목받았다.

블록의 암호는 예측이 어려운 고유 값을 지닌다. 해킹, 위조나 변조가 어렵다. 설령 해커가 암호 해독에 성공해도 블록이 거쳐 간 네트워크, 블록을 분산 보관한 금융기관 등 참여자의 장부 모두를 바꿔야 한다. 이 때문에 해커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현재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이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 명세 유출과 같은 금융 보안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소비자에게 생소했던 블록체인을 상용화하는 데 나선 건 국내 증권사들이다. 금투협과 25곳의 국내 증권사, 5개의 블록체인 기술회사는 서울 영등포구 금투협 빌딩에 블록체인 컨소시엄 사무국을 열었다. 이 컨소시엄의 1차 목표는 18년 된 공인인증서를 없애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동인증서’로 대체하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7∼12월)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동인증서는 거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의 공인인증서는 발급기관 외의 다른 금융사에서 사용하려면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인증서를 스마트폰이나 PC로 복사하는 과정도 거쳐야 해 불편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동인증서는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고, 발급만 받으면 모든 금융사에 정보가 저장된다. 별도 등록 절차나 복사 과정이 필요없는 셈이다. 김태룡 금투협 정보시스템실장은 “블록체인은 소비자는 시간을, 금융사는 인증서 관리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금투협은 은행, 보험, 카드 등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이 현재 ‘범금융권 공동인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3년간 금융투자상품의 청산 및 결제, 주식거래 같은 실시간 금융거래 등으로 이 공동인증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할 방침이다.

은행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인증시스템과 함께 외국환 지정거래은행을 변경할 때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개발하는 데 나섰다. 현재 팩스를 통한 거래내용 확인 과정을 거쳐야 가능한 외국환 지정거래은행 변경을 블록체인을 이용해 디지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IBK기업 등 시중은행 5곳은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에도 참여하고 있다. R3CEV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세계 70여 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2015년 세계 최초로 만든 블록체인 컨소시엄이다. 또한 국내 16개 주요 은행들은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통해 고객인증, 전자문서 검증 등을 우선 연구 분야로 지정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카드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간편인증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다른 업체들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핀테크 정보보호는 전세계에서 개발 전쟁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에서도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섰으며,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핀테크업체 데일리인텔리전스의 이경준 대표는 “블록체인 플랫폼은 먼저 선점당하면 후발주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비용을 주고 이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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