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봉 모픽 대표 “맨눈으로 3D 영상 감상… 친정 지원 덕분에 날개 돋았죠”

김지현 기자

입력 2019-02-12 03:00 수정 2019-0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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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뷰어 케이스 ‘스냅3D’ 개발… 신창봉 모픽 대표의 사업 도전기
개발초기 “대중화 일러” 길 막히자 사내 프로 ‘C랩’ 통해 사업화 모색
美 CES ‘올해의 혁신상’ 수상
“창업 생태계 멀리 보고 키워야”


7일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산학협력센터 내 사무실에서 신창봉 모픽 대표가 3D 입체 뷰어 케이스 ‘스냅3D’를 설명하고 있다. 모픽 제공
‘모픽’은 지난달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 이른바 ‘한국판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스타트업 중 하나다. 안경을 쓰지 않고 맨눈으로 3차원(3D)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3D 입체 뷰어 케이스 ‘스냅3D’를 개발한 업체다. 행사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시연을 하면서 “뱀이 눈앞까지 나온다”며 놀라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7일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산학협력센터 내 사무실에서 만난 신창봉 모픽 대표(42·CEO)는 “같이 시연해 보이던 동료가 긴장한 나머지 손을 너무 떠는 바람에 스마트폰이 대통령님의 눈 초점을 찾아 읽는 데 평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신 대표는 2015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13년 차 엔지니어였다. 그가 사업가의 길을 가게 된 건 삼성전자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Creative Lab)’을 거치면서다.

3D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3D TV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모두가 들떠 있던 2012년 그는 사내 연구소에서 3D 태블릿 개발 연구 과제를 맡았다. 2년 넘게 여러 가지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3D 대중화까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회사 차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연구 과제를 접기가 못내 아쉬웠던 신 대표는 마침 사내에 만들어진 C랩에 지원했다. 그는 “우리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이 이미 3D”라며 “언젠가는 화면도 3D로 보는 ‘입체 영상 시대’가 반드시 온다는 확신 아래 C랩에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했다. C랩은 삼성전자가 2012년 말 도입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C랩 과제로 선정된 임직원들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독립된 근무공간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 신 대표는 함께 연구를 진행하던 신윤철 연구원(46·현 모픽 CTO)과 함께 C랩에서 1년간 사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비즈니스 모델 개발 과정을 거쳤다.

모픽의 ‘스냅 3D 케이스’를 스마트폰 앞면에 끼우면 안경 없이 사진이나 영상물을 3D로 볼 수 있다. 모픽 제공
모픽의 스냅3D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기반의 스마트 케이스로, 스마트폰 등 기기의 앞면에 케이스처럼 끼우면 앱이 사용자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해 안경 없이 사진이나 영상물을 입체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수차례의 사내 평가를 거쳐 2015년 10월 모픽은 마침내 ‘분사(스핀오프)를 해도 좋다’는 회사 측 허락을 받았다. 어렵게 회사 품에서 벗어났지만 막상 나오니 현실은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제품 하나를 완성해 만들어 팔기까지의 스타트업 창업이 사실상의 ‘종합예술’이더라”며 “도로를 새로 놓는다고 생각하고 임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부딪혀 보니 도로가 아니라 터널을 뚫으며 나가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그래도 삼성전자 출신이란 점이 많은 도움이 됐다. 신 대표는 “든든한 친정 덕에 세계적 가전전시회에도 매번 참가했고 바이어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며 “사실 대기업 출신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초기 ‘데스밸리(신생기업이 창업 후 투자금을 소진해 겪는 첫 번째 위기)’를 무난히 넘었을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두 명으로 시작한 사업은 독립한 지 3년여 만에 직원 14명의 어엿한 수출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9에선 ‘CES 혁신상’도 수상했다.

신 대표는 최근 기업마다 사내 창업을 격려하는 게 유행처럼 이어지는 데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유행에 그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원조격인 미국도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기까지 70∼80년이 걸렸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며 “정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업에 나서는 도전자들을 격려하고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원=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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