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 수 단순제한 그쳐… ID 동원-매크로 조작엔 무방비

김성규 기자 , 신동진 기자

입력 2018-04-26 03:00 수정 2018-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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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파문]땜질식 처방 그친 ‘댓글 개편안’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 김영우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이 25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방문해 한성숙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경영진에게 댓글 조작 묵인 의혹을 따지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비판의 표적이 된 네이버가 25일 내놓은 보완책에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근본대책을 피해 갔다며 허탈해했다. 기존 정책을 임기응변식으로 땜질 보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네이버 댓글 개선 대책을 살펴보면 기존 댓글 정책에서 숫자만 바꾼 것이 대부분이다. 24시간 동안 동일한 기사에 쓸 수 있는 댓글을 20개에서 3개로 제한하고 연속적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 간격은 10초에서 60초로 늘렸다. 계정당 24시간 내에 누를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는 제한이 없었지만 50개로 제한하고 연속 공감·비공감을 누르는 간격도 새로 10초라는 제한을 뒀다. (비)공감 취소도 해당 개수에 포함시켰다.

네이버는 댓글 정렬 방식에 대해서도 현재 논의 중으로, 이르면 다음 달 중순경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작성자의 정체성 강화, 소셜 계정의 댓글 작성·(비)공감 제한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전문가들은 이런 수준이라면 ‘제2의 드루킹’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사를 네이버 페이지 대신 언론사 페이지에서 보게 하는 ‘아웃링크’나 댓글 기능 폐지 수준의 대책이 아니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단기간 반짝 효과만 가지는 미봉책으로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다”며 “여론조작 시도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네이버가 뉴스 유통 창구를 독점하기 때문으로 독점 구조 개선책이나 단계적인 로드맵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단순 댓글 수 제한은 선량한 누리꾼만 불편을 겪을 뿐으로 지능적 조직적으로 계정(ID)을 양산하고 인터넷주소(IP)를 세탁하며 여론을 조작하는 ‘사이버 용병’에게는 안이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5일 경찰 발표에 따르면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 일당이 댓글 여론 조작에 동원한 ID는 확인된 것만 614개로 김 씨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3곳에 가입한 계정은 4560여 개에 달한다. 계정 한 개당 달 수 있는 댓글 수를 제한해도 계정 수를 늘리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추가 조작하면 이번 대책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아웃링크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웃링크 방식이 도입되면 댓글이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 달리거나 댓글난을 운영하지 않는 언론사에는 달 수 없어 댓글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댓글 여론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웃링크 도입 여부 검토를 언론사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다각적으로 고민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이나 시기 등은 추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댓글 여론조작을 막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위헌 판결이 난 완전 댓글 실명제 대신 댓글 이용자의 신원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소셜 댓글(SNS 계정을 기반으로 댓글을 다는 것) 기능을 확대하거나 정교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언론계와 학계는 네이버가 언론 편집 권력을 내려놓고 기사를 ‘아웃링크’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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