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게임산업 가진 한국, 플랫폼 강국 될 잠재력”

조진서기자

입력 2017-11-15 03:00:00 수정 2017-11-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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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포럼 2017]디지털경제 석학 앨스타인 교수가 말하는 ‘플랫폼 혁명’

《 “우버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사회적 가치를 더해 줍니다. 이미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규제 당국은 조건부로 이들을 승인해 줘야 합니다.” 마셜 밴 앨스타인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다음 달 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동아비즈니스포럼 참석을 앞두고 14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디지털 경제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이 올여름 번역되어 출간된 이후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와 관련 기관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
 

플랫폼 기업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사용자를 이어주는 온라인 장터, 혹은 온라인 게시판의 역할을 하고 수수료 등으로 이익을 챙기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앨스타인 교수는 그동안 “플랫폼 사업의 확산은 택시 산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산업에서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주가를 조사하는 FT500지수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으로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6개(애플, 구글 알파벳,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페이스북)가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이달 11일 광군제(독신자의 날) 세일 행사 하루 동안에만 253억 달러(약 28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쇼핑 명절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올리는 매출을 다 합한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게 미 CNN의 추정이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제조업과 유통업 등 전통 산업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앨스타인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사회 전체에 주는 이익이 피해보다 크다면 규제 역시 이에 맞게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량 공유 플랫폼이 운송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존 택시 업체는 손해를 보지만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온다면 영업을 허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앨스타인 교수는 “플랫폼 기업들의 부상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라 세계 경제가 구조적인 변화를 거치고 있는 것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며 “금융과 교육, 헬스케어 산업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2015년에 일반 차량을 택시처럼 활용하는 ‘우버X’ 서비스의 영업을 금지한 결정에 대해 “존중은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느낌표까지 찍어가며 강조했다. 앨스타인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전통적인 택시 사업은 면허의 수에 따라 차량과 운전사의 공급이 제한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비싸고 서비스 품질도 떨어진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며 “필요할 때 택시를 타지 못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 시 사고에 대한 우려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 뉴욕시에서 프리미엄 차량 공유 서비스가 일반 택시보다 고객 만족도와 사고율 측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고객과 운전사가 애플리케이션상에서 서로에게 점수를 매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앨스타인 교수는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진출을 허용해주되 세 가지 조건을 붙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첫째 조건은 서비스 중 일어나는 사고와 서비스 제공자의 자질에 대해서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을 지게 만들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플랫폼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됐을 때 노동자나 사업 파트너를 착취하지 못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버는 개인사업자들에게도 기존 업체들이 내는 만큼의 정당한 세금을 과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앨스타인 교수는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플랫폼 사업의 네트워크 효과는 중국이나 북미 지역처럼 하나의 언어와 비슷한 문화로 묶여진 단일 시장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며 “한국이나 유럽처럼 상대적으로 좁고 언어적, 문화적으로 파편화된 시장에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두 가지 분야에서는 한국도 플랫폼 비즈니스 강국이 될 기회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첫 번째 기회는 삼성에 있다”며 “삼성은 엄청난 글로벌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사가 판매하는 모바일 기기 위에 플랫폼 서비스를 깔아놓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의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예로 들며 “모바일 기기와 사물인터넷 기기는 모두 지리적 제약에 관계없이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분야”라고 분석했다.

앨스타인 교수는 또 다른 분야로 컴퓨터게임 산업을 꼽았다. 한국 게임회사들은 개발 능력이 뛰어나며, 게임은 언어나 지리적 요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게이머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통합된 거대한 커뮤니티에 접속해 서로를 상대하며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 마셜 밴 앨스타인 교수는 ::

△1962년생 △예일대 학사(컴퓨터공학), 매사추세츠공대(MIT) 석·박사(정보시스템) △미시간대 교수 △현재 보스턴대 교수 및 MIT 디지털경제 이니셔티브 방문교수 △대표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2016년)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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