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운전자 지원… 외부소리 빛으로 알려줘

한우신 기자

입력 2017-10-13 03:00 수정 2017-1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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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12일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로모’팀의 자율주행 로봇이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자동차 경적 소리가 크게 들리자 자동차 앞 유리 아래에 하늘색 빛이 반짝였다. 소리가 구급차 사이렌으로 바뀌자 빛은 연두색으로 바뀌었다. 자동차에 달린 센서가 소리 주파수를 인식해 특정 소리마다 각각 다른 빛을 낸 것이다.

12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2017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공개된 이 기술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것이다. 청각장애인 운전자는 경적과 사이렌 등 외부 소리를 듣기 힘들다. 위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자동차가 소리를 인식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면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이 기술을 고안한 사람은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다. 섀시해석팀, 전자시스템설계팀, 차량총합설계팀 등에 속한 연구원 7명이 힘을 합쳐 청각장애인의 운전을 도울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들처럼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겨루는 무대가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이다. 2010년 시작돼 올해 8회째를 맞았다.

대상을 차지한 심포니팀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운전 보조 기술은 수화로도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기아자동차 제공
청각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한 ‘심포니’팀은 올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기술로 인한 효과가 실질적이고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포니팀이 만든 시스템은 외부 소리에 따라 운전자가 손목에 찬 밴드에 진동을 줄 수도 있다. 또한 이 팀은 운전자가 수화로 내비게이션을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손동작을 인식해 전자 기기에 명령을 내리는 기술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페스티벌에서 ‘참신하고 새로운, 사람과 사회에 기여하는, 삶의 동반자가 되는 상상의 이동수단 및 응용기술’을 주제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팅커벨트’팀은 사람이 좌석에 앉으면 자동으로 안전벨트가 채워지는 기술을 선보였다. 안전벨트 착용률이 낮은 뒷좌석에 적용하면 유용하다. 팔에 깁스를 한 사람이나 혼자서 안전벨트를 매기 힘든 아이에게 특히 활용도가 높다. 자율주행자동차와도 잘 부합한다.

자율주행차가 미래 자동차를 상징하는 만큼 이와 연계된 아이디어들은 페스티벌에서 매년 빠지지 않는다. 올해도 막대 모양 셀의 높낮이를 조절해 차량 내부 공간을 다양하게 바꾸는 기술이 나왔다. 의자와 탁자가 있는 회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 침실로 변경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기술을 로봇에 접목시킨 아이디어도 구현됐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로모’팀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소형 로봇을 선보였다. 주변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를 스스로 찾아가는 로봇은 사람이 타지 않을 때는 비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쓰레기를 버리고 오거나 물건을 배달하는 일을 한다. 현대·기아차는 로봇 기술을 미래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키우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양웅철 현대자동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실제 상품에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페스티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은 지난해 대상을 받은 ‘스케치북 윈도’ 기술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창문을 김이 서린 것처럼 뿌옇게 만들어 그림을 그리거나 메시지를 적은 후 다른 창문에 띄우거나 스마트폰 등에 전송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청각장애 아동들이 다니는 충주성심학교 스쿨버스에 적용됐다. 지루한 통학 시간을 활기차게 만들고 친구나 부모들과의 소통을 늘리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화성=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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