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진찰받아요”…日서 원격진료 빠르게 확산

뉴시스

입력 2017-08-13 07:44:00 수정 2017-08-13 07: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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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및 태블릿PC 등을 활용해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가정이나 직장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가 일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 및 약사법에 가로막혀 10년째 원격진료 시범 사업만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의 의료법은 원격진료 서비스의 주체를 의사로만 한정한 탓에 의사와 환자가 대면하지 않는 원격의료 서비스 자체가 불법이다.

그러나 일본의 사정은 다르다. 일본에서는 그간 의사 수가 부족한 외딴섬 및 산간벽지 등 인구 과소지역을 중심으로 원격진료가 활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병원을 직접 방문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바쁜 직장인 등을 중심으로 도심지에서도 원격진료가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은 일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원격진료’에 대해 심층 취재해 보도했다.

일본에서 원격진료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강타해 의사 수가 부족한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후쿠시마(福島)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에 위치한 오다카(小高) 시립병원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의료진이 부족해 존폐 위기에 처했지만 지난 5월 원격진료를 도입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고령으로 자신의 몸 조차 가누기 힘든 92세의 후쿠시마에 거주하는 한 여성도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태블릿PC 화면을 통해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이 여성은 태블릿PC로 의사와 대화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원격진료는 인구 과소지역에 이어 도심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六本木)에 위치한 병원인 ‘신 롯폰기 클리닉’은 원격진료 서비스를 도입해 진료를 하고 있다. 이 병원은 정신과 및 심장내과, 그리고 내과 진료를 한다.

병원 측에 따르면, 우울증 상담 및 금연치료 등에서 원격진료의 이용 빈도가 높다. 금연치료의 경우 일에 치여 병원에 올 짬을 좀처럼 낼 수 없는 샐러리맨이 주요 이용 고객이다. 진료 예약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등을 통해 하며, 예약 시간에 맞춰 의사는 병원 내에서 대기한다. 치료 후 지불은 신용카드로 한다. 이 병원에는 이미 ‘통원(通院)’의 개념은 사라졌다.

병원 측은 원격진료의 장점에 대해 “치료 받는데 게으른 사람들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한다. 특히 금연치료를 받는 환자 중에는 치료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병원의 경우 원격진료 도입 이후 금연치료를 완료하는 환자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병원을 내방해야 하는 불편함이 원격진료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울증 등 정신과 상담을 받는 환자도 20~30%가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 원격진료를 위한 애플리캐이션 개발 및 판매 등을 다루는 기업은 10개사 정도가 있는데, 야후재팬이 이 가운데 4개사를 취재한 결과, 이들 4개사가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만 약 9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격진료는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에게도 인기가 있다. 도쿄 나카노(中野)구에 거주하는 2살 배기 자녀를 키우는 33세 주부 A씨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아과 진료를 받고 있다.

이 주부는 왜 온라인 진료를 받을까. A씨는 “(실제로) 병원에 가면 다양한 상담을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원격진료의 경우 의사에게 여러 답변을 받을 수 있다”라며 원격진료의 장점에 대해 소개했다.

소아과 진료에서 원격진료를 활용하고 있는 의사 하시모토 나오야(橋本直也·32)는 “소아과는 붐비기 때문에 (환자가) 하루 100명 가량이 내원한다고 할 때, 1명당 2~3분 정도 진료한다”고 말하다. 아이에 대해 궁금증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부모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진료시간이다. 이에 반해 원격진료는 1회에 10분 정도 상담이 가능해 장점이 있다고 하시모토는 설명한다.

하시모토가 소속된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소아과 온라인’은 작년 5월 원격진료를 시작했다. 현재 약 30명의 소아과 의사가 소속돼 있다. 인당 월 회비 3980엔 회원제로 원격진료를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이 되면 1회에 10분 정도 의사와 상담이 가능하며 상담 횟수 제한도 없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소아과 온라인’ 이용 환자는 일본 전국 각지뿐 아니라 미국 및 브라질 등 해외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원격진료가 이처럼 확산하고 있지만, 해결해야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일본의 의료보험제도 하에서 원격진료의 진료비는 의사를 직접 만나는 통상의 대면진료보다 낮다. 원격진료 비율이 올라갈수록 의료기관 측으로서는 수입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원격진료의 진료비 개정을 위한 법률안을 각의 결정했다. 원격진료 확대를 위한 의료환경을 조금씩 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에 의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원격진료에 대해 “대면진료와 조합하면 효과적”이라며 원격진료 확대 이용을 위한 진료비를 개정할 방침을 표명했다.

마이니치는 현재 일본에서 의료기관이 원격진료를 통해 벌어들이는 금액은 통상적인 외래진료 보수의 3분의 1이하인데,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 현재보다는 원격진료 진료비가 조금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래진료보다는 저렴한 선에서 그칠 전망이다.

진료비 외에도 원격진료의 또 다른 과제가 있다. 원격진료는 태블릿PC 단말 등으로 진료하기 때문에 안이한 진찰이 늘어 오히려 의료비 증대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마이니치는 지적했다.

일본 원격의료학회의 하세가와 다카시(長谷川高志) 상무이사는 “의사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학회로서도 원격진료에 관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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