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 자석 개발… 깜짝 놀랄 새로운 전자소자 기대

동아일보

입력 2017-06-23 03:00 수정 2017-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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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2차원 물질에 주목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강자성체인 덩어리 형태의 크롬트리요오드화합물을 한 층 떼어내 원자 한 층 두께의 2차원 자석을 만들었다. 네이처 제공
“물리학자들이 마침내 2차원 자석을 만들었다.”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차원 자석의 탄생을 대서특필했다. 고차원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뛰어나고 높은 수준’. 그런데 고작(?) 2차원 자석에 과학자들은 왜 박수를 보낼까. 원자와 전자가 활동하는 2차원 세계의 특성을 규명해 기존 물질의 물리적 특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전자 소자 개발이 가능하리란 기대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듯, 전자는 자전하며 원자 주변을 공전한다. 전자가 자전하는 ‘스핀’은 자석의 원동력이다. 스핀 방향이 한쪽으로만 정렬하면 강한 자성을 띠는 ‘강자성체’, 인접한 전자끼리 반대로 정렬하면 ‘반강자성체’가 된다. 2차원에선 스핀 방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작은 외부 충격에도 스핀이 요동쳐 방향성을 잃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단장(서울대 교수) 팀은 세계 최초로 2차원 자성 물질을 구현해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테이프로 흑연 덩어리 표면의 원자층을 떼어내 그래핀을 만든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래핀 구조를 닮은 반강자성체 삼황화린니켈(NiPS3)을 합성해 점착테이프로 한 층을 떼어냈다. 이어 정현식 서강대 교수팀과 함께 삼황화린철(FePS₃)로 반강자성체도 만들었다.

박 부단장은 “얼음과 물의 차이처럼 같은 물질이라도 차원이 달라지면 이전과 다른 특성이 나타난다”며 “조합을 달리하며 각종 2차원 물질을 만들면 이제껏 상상 못 한 새로운 기능의 소자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강자성체는 인접한 스핀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놓여 힘이 상쇄되므로 물질을 끌어당기는 자성은 없다. ‘네이처’ 7일자에 발표된 하리요 에레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원 팀의 연구는 ‘영구자석’이라고도 불리는 강자성체로 2차원 자석을 구현했다는 의미가 있다. 덩어리 형태의 크롬트리요오드화합물(Chromium triiodide)을 한 층 분리해 분석한 결과, 강자성체의 성질을 확인했다.

2차원 자석이 현실이 되면 상상에만 머무르던 종잇장처럼 얇은 전자기기, 신문처럼 돌돌 말리는 플렉시블 디바이스 개발이 가능해진다. 기존 반도체의 ‘집적 한계’를 극복해 스핀 방향만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초고속, 초전력, 초고밀도 ‘스핀트로닉스’ 반도체도 만들 수 있다.

정 교수는 “2차원 자석은 자성이 약해 자성이 있는지 측정 자체가 어려웠다”며 “향후 2차원이면서도 3차원만큼 성능을 보이는 물질 탐구에 과학자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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