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서 1020까지 북적이는 ‘온라인 탑골공원’

신규진 기자

입력 2019-09-11 03:00 수정 2019-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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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폭주 ‘SBS KPOP CLASSIC’
12년 동안 구독자 6만 ‘죽은 채널’… ‘9900 가요’ 싣고 16만 구독 대박


S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은 지난달 초부터 1990∼2000년대 ‘SBS 인기가요’를 실시간 스트리밍했다. 24시간 스트리밍 기술을 점검하는 차원이었다. 2007년 개설한 이 채널은 원래 구독자 6만 명에 광고수입은 연 50만 원쯤 되는, 사실상 ‘죽은 채널’이었다.

스트리밍 접속자 수는 초창기엔 50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점점 누리꾼 사이에 입소문을 타더니 지난달 28일 방송에선 2만 명이 동시에 몰리며 ‘대박’이 났다. 10일 기준 채널 구독자도 벌써 16만 명. 시청자들이 붙인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명도 이때 생겨났다. SBS 관계자는 “내년 SBS 출범 30주년을 맞아 MC 인사말이나 유승준, 컨츄리꼬꼬 등 논란인 가수는 편집하고 공연 위주의 콘텐츠를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가감 없이 보여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탑골공원을 찾은 이들은 주로 밀레니엄 시대를 추억하는 30, 40대. 호기심으로 무장한 10, 20대도 적지 않다. “예전 한국가요에 목말라 있었다”며 미국, 브라질 등 해외에서 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도 상당하다. 직장인들이 업무시간에 방송을 틀어놓는다는 의미로 ‘노동요’라는 애칭마저 붙었다고 한다.

실시간 채팅창을 가득 메운 시청자들의 다채로운 반응은 이 방송의 가장 큰 볼거리다. 그룹 god의 멤버 손호영에게는 ‘호다니엘(손호영+강다니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그룹 스페이스A의 멤버 루루를 보곤 “탑골 (블랙핑크) 제니가 나왔다”는 댓글이 쏟아진다. 가수 유승준의 무대엔 “외국인 가수 내한공연”이란 조롱(?) 섞인 반응도 나온다. 전지현, 김민희 등 당시 MC로 출연한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이나 음료, 햄버거 광고들도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시작한 콘텐츠이다 보니 시청자와의 피드백도 활발하다. 누리꾼들에게 ‘공원 관리자’로 불리는 채널 운영자는 향후 방송할 특정 시기 ‘인기가요’에 대한 설문조사도 벌였다. 참여 인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에 수시로 방송 댓글을 점검하기도 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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