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억제’ 가계 여윳돈 2년來 최대…정부 곳간은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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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7-10 16:59 수정 2019-07-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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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DB) 2019.7.4/뉴스1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 시행되면서 올해 1분기(1~3월) 가계 여윳돈이 2년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의 ‘곳간’은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투자 축소에도 순자금조달 규모는 확대됐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둔화된 결과로 한국 경제의 침체가 반영된 경고음으로 해석된다.

◇대출 감소로 금융기관 차입금 21.6조원→ 4.7조원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소규모 개인사업자 포함)와 비영리단체(소비자단체·종교단체·노동조합 등)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6조700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8조2000억원보다 8조5000억원 많아졌다.

이는 2년 전인 지난 2016년 1분기(28조800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다. 직전 분기인 2018년 4분기(11조8000억원)와 비교하면 14조9000억원 늘었다.

순자금운용은 예금, 채권,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 등(자금조달)을 뺀 금액으로,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자금운용(35조4000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41조3000억원)보다 줄었다. 금융기관의 예치금을 통한 자금운용은 확대됐으나 채권, 지분증권, 투자펀드에 대한 운용 규모는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예대율 관리 강화에 앞서 1분기 중 선제적으로 예금 유치 경쟁을 공격적으로 펼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자금조달(8조7000억원)도 전년동기보다(23조1000억원) 줄었다. 특히 주택 관련 대출 감소로 금융기관 차입금이 21조6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소득 상황, 지출 규모, 투자 수요에 영향을 받는다”며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서 신규 주택 투자 수요가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증가했다. 지난해 말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 올해 1분기 회복하며 자산평가가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금융자산(자산-부채)은 2015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보다 74조4000억원 늘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2%로 전분기말(2.08배)보다 상승했다.

◇“기업 수익성 둔화돼 자금조달 확대”

사회보장기금을 포함한 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8년 전인 2011년 1분기(-9000억원) 이후 최소치로 쪼그라들었다. 정부의 여유자금은 6000억원으로 2018년 1분기 중 9조원보다 크게 줄었다. 세입보다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일반정부 최종소비지출은 2018년 1분기 76조6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82조원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세입이 전년동기보다 크게 줄진 않았다”며 “경제 상황이 전년에 비해 안 좋아 정부가 상반기 중 정책적 측면에서 투자를 확대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사회보장기금은 지급액보다 적립금이 많아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며 “사회보장기금을 빼면 일반정부 여윳돈은 마이너스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016년 38조4000억원, 2017년 51조3000억원, 2018년 55조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최근 3년이 예외적으로 많았다. 2009년부터 현황을 보면 통상 상반기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하반기 지방세 등으로 보충되면서 플러스로 전환해 연간 10조원이 남는다”며 “작년과 비교해 이번 분기를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자금조달이 늘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5조8000억원으로 전년도 같은기간 13조1000억원보다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때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규모가 자금운용액보다 많기 때문에 순자금운용액은 ‘마이너스’가 된다.

문제는 올해 1분기의 경우 투자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악화돼 순자금조달 규모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민간설비투자(한국은행 국민계정)는 지난해 1분기 40조1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3조4000억원, 민간건설투자도 같은 기간 51조4000억원에서 48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외감기업 매출액영업이익률(기업경영분석)은 7.5%에서 5.3%로,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8.2%에서 5.8%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은 투자를 위해 자금 수요가 큰 부문이지만, 1분기 투자는 전년동기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반도체 가격 하락.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기업 수익성이 둔화된 영향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결과 발생한 국내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3조원으로 전년동기(17조3000억원)보다 줄었다. 3월말 총금융자산은 전분기말보다 615조4000억원 증가한 1경7773조4000억원이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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