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체 이어 패션업체도 탈중국…저무는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
김지현기자
입력 2019-06-20 16:45 수정 2019-06-20 16:50
애플 로고 - 회사 홈피 갈무리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삼성전자가 27년 만에 중국 내 마지막 휴대전화 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데에 이어 애플도 중국 내 아이폰 생산시설을 인도나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여파로 미국 수출 물량에 추가 관세가 붙는 부담감이 생긴데다, 중국 내 임금 등 생산 비용이 크게 올라가는 등 중국 내 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CNBC와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내 생산시설을 최대 30%까지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대만 폭스콘 등 주요 부품 공급업체들에 생산시설의 15~30%를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하는 데에 드는 비용 영향을 계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는 “애플의 이 같은 요청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에 따른 결과이지만, 설령 양국간 무역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생산시설 이전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모든 아이폰 생산을 중국 생산시설에 의존하는 현 생산구조가 상당한 리스크이고, 그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추가 관세 대상에는 중국에서 만든 휴대전화도 포함돼 있어 애플로선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폭스콘도 앞서 이달 초 열린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필요할 경우 폭스콘은 중국 밖에서도 신속히 생산을 늘릴 수 있다”고 언급해 중국 내 아이폰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이나 엑소더스’는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과 12월 선전과 톈진의 통신장비 및 휴대전화 공장을 철수한 데 이어 올해 2월 혜주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휴대전화 공장도 폐쇄 절차에 돌입했다. TV 역시 중국 톈진 법인의 생산량을 줄이고 베트남 등에서의 생산을 늘리는 생산 효율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내 인건비가 급등한데다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중국 내 판매량이 감소한 점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2007년 월 15만 원 수준이던 중국 근로자 임금이 10년 만에 3~4배 이상 높아진데다 외국계 투자 기업을 우대해주던 중국 정부의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고 했다.
중국을 떠나려는 건 전자업체들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자전거 업체인 대만 ‘자이언트’의 보니 투(Bonnie Tu)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을 듣자마자 중국 내 생산시설 축소를 결정했다”며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시나리오대로 관세를 올리면 이 회사가 중국에서 만든 자전거는 미국에서 평균 100달러(약 12만 원) 비싸진다.
주요 패션업체들도 중국 내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다. 미국 패션 브랜드인 스티브매든은 미국 정부의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90% 이상 중국에서 생산하던 핸드백 물량을 지난해 캄보디아로 이전했다. ‘코치’의 모회사인 테이프스트리도 베트남과 인도 생산을 늘리는 한편 핸드백의 경우 중국 생산 물량을 전체의 5% 미만으로 유지 중이다. 중국 최대 패딩 생산업체인 보스덩도 지난해 11월 중국 내수용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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