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바람 탄 VR콘텐츠… 만화-드라마-교육자료까지 쏟아져

신동진 기자

입력 2019-06-12 03:00:00 수정 2019-06-12 05:4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싸이월드
  • 구글
‘물’만난 VR콘텐츠 제작업체들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덱스터 스튜디오가 동명의 인기 웹툰과 가상현실(VR)을 결합해 만든 VR툰 ‘조의 영역’은 주인공 시점으로 몰입도 높은 공포를 선보인다. 덱스터 스튜디오 제공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킬러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틀 영화도 없이 멀티플렉스를 개관한 격인 통신사들이 콘텐츠 마련을 위해 돈 보따리를 풀면서 투자에 목말랐던 국내 중소 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 업체들이 특수를 맞았다. 5G 서비스 가뭄이 VR 콘텐츠 시장을 키우는 모멘텀이 된 셈이다.

영화 ‘신과 함께’를 만든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덱스터 스튜디오’는 지난해 VR 헤드셋을 쓰면 주인공 시점으로 만화를 볼 수 있는 VR툰을 선보였다. 눈으로만 보던 웹툰에 효과음과 움직임을 넣고 컨트롤러를 조작해 스토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사용자 환경(UI)을 입힌 신종 장르다. VR툰은 영화제와 VR 매장 등 극히 일부 오프라인 현장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5G 시대가 열린 후 대박을 쳤다. 수백 건에 불과하던 조회수가 수만 건으로 늘어난 것. 4월 SK텔레콤 옥수수를 통해 공개된 ‘살려주세요’와 ‘조의 영역’은 첫 달 조회수가 총 7만7000건을 넘었고 한 달 만인 이달 초 다시 60% 증가한 12만4000건을 기록했다. 덱스터는 지인과 함께 만화 속에서 소통할 수 있는 2인용 네트워킹 버전도 가을에 출시할 예정이다.

VR 시장은 2016년 관련 기기와 플랫폼이 쏟아지면서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제한된 컴퓨팅 능력과 낮은 해상도로 인한 어지러움 탓에 대중화에 실패했다. 하지만 5G를 통해 온라인으로 안정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열리면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마블러스가 다음 달 출시 예정인 VR 어학 시뮬레이션 ‘눈떠보니 괌’ 시리즈의 한 장면. 다양한 액티비티를 하며 원어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마블러스 제공
VR 에듀테크 스타트업 ‘마블러스’는 5G 상용화를 계기로 기존 기업이나 학원 등 기업 간 거래(B2B)에 국한됐던 비즈니스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확대했다. 4K 고화질 파일을 지원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업데이트 문제로 과거엔 어쩔 수 없이 기업하고만 거래했지만 5G로 고용량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일반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직접 공급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서 원어민을 만나는 360도 VR 시뮬레이션 ‘눈떠보니 LA’를 시작으로 괌 액티비티, 데이트, 파티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한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VR는 전에 없던 드라마 시청 경험도 만들어냈다. KT에 VR 드라마 ‘하나비’를 공급한 ‘비전VR’는 이용자 선택에 따라 극중 전개가 바뀌는 서사적 게임 기법을 드라마에 접목했다. 3인칭과 1인칭을 절묘하게 오가는 시점과 입체음향을 적용해 VR 특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김동규 비전VR 대표는 “5G를 통해 국내 VR 업계 저변이 확대돼 해외 플랫폼사와 이통사로부터 먼저 연락이 오고, 투자사 미팅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VR 붐업은 게임 및 플랫폼 업체들에 ‘꺼진 지식재산권(IP)’도 다시 보게 하고 있다. 넥슨은 VR 게임 개발에 매진하는 SK텔레콤과 카트라이더 등 인기 IP 3종의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네이버는 최근 영화와 VR툰 등 콘텐츠 접목이 활발한 웹툰 IP 관리 강화를 위해 별도 조직(스튜디오N)을 신설했다.

최은지 덱스터 사업개발실장은 “VR 콘텐츠 시장은 글로벌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경쟁해볼 만하다”며 “탄탄한 투자와 5G 플랫폼 위에 VR 감수성을 갖춘 연출자들이 나온다면 한국에서 VR계의 스티븐 스필버그가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