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시대”… 달러 예금-보험에 뭉칫돈

남건우 기자

입력 2019-05-16 03:00 수정 2019-05-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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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환테크’ 몰리는 투자자들




40대 변호사 A 씨는 요즘 원-달러 환율이 올라 재미를 보고 있다. 프라이빗뱅커(PB)의 조언을 듣고 지난해 아파트를 판 돈 30억여 원을 모두 미국 달러화 자산으로 일찌감치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A 씨는 “포트폴리오 배분 차원에서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고 PB가 권유한 데다 갓 중학교에 입학한 자녀가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있어 달러에 베팅했다. 올해 들어 환율이 오른 덕분에 1년도 채 되지 않아 2억∼3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A 씨는 앞으로도 달러 자산 비중을 유지할 예정이다.

60대 자산가 B 씨도 30만 달러(약 3억5700만 원)를 갖고 있다가 2500만 원 상당의 환차익을 봤다. 평소 달러에 관심이 없던 B 씨였지만 자산 일부를 달러로 바꾸라는 PB의 말을 들은 게 적중했다. 100억 원대 자산을 갖고 있는 B 씨는 환율이 지금보다 떨어지면 달러 자산의 규모를 전체 자산의 10%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에 투자해 환차익을 거두는 일명 ‘환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은 이미 달러화에 대한 투자를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이제는 일반 중산층 투자자들도 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5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88.60원으로 지난 한 달 사이 50원 이상 급등했다.


○ 달러 가치 치솟자 뜨거워진 달러 투자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는 급격하게 늘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정기예금 규모는 3월 말 129억5275만 달러(약 15조4100억 원)였지만 지난달 말 131억5664만 달러(약 15조6500억 원)로 한 달 만에 2억 달러가 늘었다. 환율 상승이 지속된 이달 들어서는 그 증가세가 더 빨라져 13일 기준 135억2599만 달러(약 16조960억 원)까지 불어났다.

미국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주식 결제 금액은 약 20억7000만 달러(약 2조46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9% 정도 증가했다.

저축보험이나 연금보험 등 달러보험 상품의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달러보험은 달러 또는 달러로 환산한 원화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도 달러 또는 원화로 환전해 받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공시이율이 높은 편이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내릴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 “금융자산의 10% 정도는 달러 보유 권장”

투자 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은 환율 급등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금융자산의 일부는 달러 등 선진국 통화로 보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승안 우리은행 TC프리미엄강남센터장은 “자산가들은 보통 금융자산의 10% 이상을 달러로 보유한다”며 “우리가 보통 부동산과 금융 등으로 자산을 나누는 것처럼 자산 관리에 있어 통화 배분을 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달러화를 사고팔 때는 특정 환율을 기준점으로 삼는 게 좋다. 김봉수 KEB하나은행 압구정역PB센터장은 “지금은 고객들에게 환율 1150원 이하에서 달러를 분할 매수할 것을 권한다”며 “달러 자산이 1만 달러 이상이 되면 달러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미국의 우량 주식, 채권을 사는 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보험도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김 센터장은 “달러보험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10년 동안 가지고 있으면 비과세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환차익만 바라보는 단기 투자는 피하라는 조언이 많다. 오인아 한국씨티은행 서울센터 마스터PB팀장은 “나름의 환율 구간을 정해 놓고 그 범위 안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일시적인 환율의 움직임에 쫓기듯이 사고팔다 보면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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